Life/Book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13.d_dk 2020. 12. 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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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된 계기

 이전에 작성한 여러 소설과 비슷하게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싶었다. 마침 전문연구요원 군사 훈련 일정이 11월로 잡히게 되었고 여러 후기(?)에 따르면 훈련소 일정 중 남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좋다고 하였다. 여기서 소설도 있으면 좋다고 하여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이 있는 SF 소설집을 사게 되었다. 이 책은 김초엽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소개되는 것을 보고 찾아서 구매하였다. 이 책이 이번에 리뷰를 작성할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이다.  이 책은 현재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여러 SF 소설 작가가 작성한 단편 소설을 엮었다.

팬데믹의 책 표지. 훈련소에서 그 어떤 책보다도 가장 예쁜(?) 책이었다. 그래서 다른 분대원분들이 본인도 읽어보고 싶다고 많이 이야기했다.

 

한국에서의 SF 소설

 김초엽 작가님 말고 다른 SF(science fiction)와 관련한 소설 작가를 전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여러 개성을 가진 SF 소설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마다 서로 다른 상상력을 가지고 적은 소설들이 매우 재미있었다. 이전에 어떤 영상의 댓글에서 한국의 SF 소설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김초엽 작가님이 SF 소설을 잘 작성하시지!' 정도의 생각만 가졌다. 이 책을 통해 여러 SF 작가를 접하고 이 분들의 다른 이야기 그리고 찾아보지 않았던 다른 작가들의 세계관과 글들이 궁금해졌다.

 

각각의 SF 단편 소설을 읽고 느낀 생각들

 이 책은 팬데믹과 코로나라는 공통의 주제 혹은 단어를 바탕으로 작성된 여러 단편이 있다. 그래서 각 소설을 읽고 느낀 생각들을 각각 정리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또 이 책을 훈련소의 같은 분대원과 나누어 읽었는데 각각의 사람들과 나눈 의견도 조금 첨부해보고자 한다. (소제목은 작가 이름, 작품 제목 순으로 구성)

 

김초엽, 최후의 라이오니

 다른 분대원들한테 이 책을 소개할 때 김초엽 작가님을 자랑(?)하며 소개했다. 그리고 이 책의 소설 중 김초엽 작가님의 최후의 라이오니를 가장 재미있어했다. 로몬이라는 종족과 주인공, 기계들과 셀 그리고 라이오니. 라이오니가 살았던 세계는 불멸과 영원할 것 같던 삶에 문제가 생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코로나가 처음 중국에서 발병하여 우리의 일반적인 삶이 무너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회사를 다니고 운동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여기저기 다니던 영원할 것 같던 일반적인 삶. 코로나 이후 견뎌내고 있지만 처음에 다양하게 무너지던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게 생각이 났다. 라이오니와 같이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넘어가서 로몬이 되고, 라이오니가 결국 행성을 떠나고 또 다른 자신으로 주인공을 보내는 이야기. 어쩌면 뻔할 수 있는 전개이지만 확실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고 소설의 문맥으로 추정해가는 부분에서 열린 생각을 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소설에서는 라이오니가 셀을 떠나며 느끼는 감정과 기계이지만 라이오니에 대한 감정을 가지는 셀을 표현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러한 부분이 많이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 또한 어렴풋이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듯하게 표현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신기한 감정과 느낌을 받은 소설이었다.

듀나, 죽은 고래들에서 온 사람들

 '고래'라는 단어에 생각이 갇힌채로 소설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소설 속의 '고래'가 다른 고래임을 알았다. 소설 속의 고래에서만 살 수 있는 인류는 지금 코로나와 같은 어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소설 속 고래가 죽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타나는 현상은 지금 우리의 상황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소설 속 죽은 고래에 있던 사람들은 다른 고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서로를 혐오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국가와 의료기관이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을 컨트롤한다. 이 소설에서는 현실에서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없다. 코로나나 팬데믹이 길어지면 이런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 섬뜩해졌다.

정소연, 미정의 상자

 미정의 상자는 코로나로 모두가 떠난 (어쩌면 망해버린?) 서울을 떠나는 미정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떤 상자를 발견하면서 시간의 역순으로 하나하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이야기의 시점은 소설이 쓰이고 있던 우리나라의 코로나 상황을 잘 반영했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고 조금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여서 섬뜩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서 잘못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조금씩 과거로 가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도 재미가 있었다.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는 이야기는 꽤나 많이 슬펐다.

김이환, 그 상자

 소설을 순차적으로 읽다보니 바로 앞의 미정의 상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소설이 전개된다는 느낌이 많았다. 전염병으로 인해 죽은 사람, 면역이 있는 사람들, 감염이 아직 되지 않은 면역이 있지 않는 사람들. 각각의 사람들의 삶과 서로의 삶과 함께 하는 모습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미정의 상자와 조금 다른 점은 희망적인 분위기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면역이 있는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하며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돕는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감염되어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생각하며 우울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다양한 것들을 해보듯이 이겨내기 위한 여러 행동들을 한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미정의 상자에서 우울해지고 걱정이 가득한 기분을 좀 덜어주는 소설이었다.

배명훈,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솔직히 읽으면서 너무 힘들었다. 읽는데 뭔가 모르게 거북한 느낌이 들어서 빠르게 빠르게 내용을 집중하면서 읽게 되었다. 어쩌면 작가가 이런 부분을 생각한 것일까? 매우 먼 미래에 파열음(차카타파 및 쌍자음 발음들)이 사라진 시대에서 과거의 코로나를 조명하기도 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이야기와 파열음이 없는 미래에서 사람들이 말을 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파열음이 없어 답답해서 빠르게 읽었던 탓인지 어떤 뭐랄까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 많지 않았다. 이 소설이 포함된 책의 제목이 팬데믹이니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파열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듯이 답답하다는 느낌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분대원들은 이 소설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독특하게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종산, 벌레 폭풍

 코로나가 아닌 벌레로 인해 나갈 수 없는 것을 비유한 소설이다. 만약 밖에 문제가 생겨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과학적인 요소와 더불어서 이야기를 적어내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길어지고 사람들이 서로 집에서 인터렉션 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 소설과 같은 삶을 우리는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가상현실 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삶.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각오가 필요한 삶. 이 소설 속의 삶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코로나가 길어지면 이 소설처럼 살지도 모르겠다. 구글의 올해 2020년의 많이 검색된 단어 중 하나가 가상 박물관이라고 하니 이미 이런 삶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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