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
이전에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때 읽고 서평을 작성한 것과 같이, 정말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었기도 했고 SF 소설의 참(?) 재미를 느꼈다. 이를 계기로 '원통 안의 소녀'도 읽게 되었다. 이번에 서평을 작성을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또한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 있어서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젊은작가상'에서 수상된 작품에 대한 이 책의 구성과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
이 작품집은 소설과 작가님의 노트 그리고 심사원의 소설에 대한 생각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심사원의 총평과 같은 글이 있어 다른 사람들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곱씹으며 마무리할 수 있다. 이 총평은 평가에 대한 부분이 느껴져서 뭔가 모르게 불쾌한 것은 있었다. 아마도 나도 면접이든 이력이든 평가에 대한 부분을 많이 경험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투명한 평가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잘 정리된 생각을 볼 수 있어서 모두 읽게 되었다.
다양하고 눈을 땔 수 없는 소설들
나는 맛이 있는 것은 아껴 먹는다. 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재미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여러 소설 중 가장 먼저 읽고 싶었지만 다른 소설들부터 순서대로 읽기 시작하였다. 자기 전에 책을 읽을 때는 뒷 내용을 모두 보고 자는 바람에 늦게 자게 되었다. 또 출근길에 읽을 때는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서 내려할 역을 지나칠 뻔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보고 싶었던 소설뿐만 아니라 수상작품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재미있는 소설들이었다. 서로 다른 작가님이 서로 다른 주제로 또 서로 다른 문체로 적혀있는 소설인데도 정말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각각의 단편 소설을 읽고 느낀 생각들
여러 단편 소설들이 서로 다른 주제와 작가님이 가지는 문체로 글이 작성되었다. 그래서 몇몇 소설을 읽고 느낀 생각들을 각각 정리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소제목은 작가 이름, 작품 제목 순으로 구성)
최은영, 아주 희미한 불빛으로도
소설 속 주인공인 '희원'과 대학의 시간 강사 선생님(그녀)은 모두 여성이다. 동시에 사회적인 약자로써 용산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두 내용 말고도 비정규직, 나이 많은 등등의 사회적인 약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소설 속에서는 '희원'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을 먼저 밟아간 '그녀'를 희미한 불빛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나도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회적 약점을 작은 부분이지만 확실히 가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을 부딪혀가며 내가 밟아간 길이 뒤따라오는 누군가가 보았을 때 희미하지만 '올바른 빛'이 될 수 있을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커리어라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멋진, 잘 살아내는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겪은 일을 공유함을 써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올바른 빛'도 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봉곤, 그런 생활
소설을 읽을 때도 사람은 자기가 가진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받아드리기 마련이란 것을 크게 느낀 소설이었다. 나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연애라는 부분이 나오게 되면 남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겪어온 것이 이성 간의 연애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쭉 읽다가 나중에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읽어보니 퀴어 소설이었다. 퀴어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보수적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처음 읽는 퀴어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크게 앞의 생각이 다가왔다. 소설이나 산문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 등등의 어떤 '글'을 읽을 때는 조금 더 면밀하게 이 사람이 어떤 자세에서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초엽, 인지 공간
매우 오랜 옛날에 사람이 서로의 지식이 맞음을 확인할 때 어떻게 했을까? 아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경험했는지 공유했는지 등으로 확인했을 것 같다. (공간적 공유?) 그것을 그림과 문자로 새겨 넣어 기록을 남기면서 후대의 사람에게도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했을 것 같다. (시간적 공유?) 이 인지 공간의 소설에서는 미래에 모든 지식을 쉽게 익힐 수 있게 인지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접근하는 모든 이들이 많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모두가 같이 공유하며 쉽게 배울 수 있게 지식을 저장해야 하다 보니 쓸모없는 지식은 이 인지 공간에 남지 못하였다. 이 인지 공간은 어느 정도 성인의 신체를 가져야 접근이 가능한데 주인공 '제나'의 친구인 '이브'는 몸이 약해서 접근할 수 없었다. 당연히 모두가 공유하고 배우는 수많은 지식을 익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인지 공간 속 지식만 알고 여기는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이 경험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잊혀 가는 것을 저장하기 위한 '스피어'를 만든다. 그리고 이에 여러 지식을 담을 수 있다는 것 보여주려고 하나 약한 몸으로 인해 죽고 만다. 이후 '제나'가 '이브'의 생각이 옳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스피어'에 지식을 담기 위해 떠나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여기서 '인지 공간'은 지금의 디지털 공간이라고 보였다. 그리고 '이브'는 이러한 디지털 공간 그리고 기술에 소외된 사람들 일 것이다. (노인, 어린아이 등등) 이와 같은 기술적으로 소외된 사람들도 고려한 기술을 만들고 사람들이 사용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소설 같았다. 소외된 사람이 발생하지 않는 기술을 어떻게 기획하고 디자인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되었다.
장류진, 연수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타인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각자의 고충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그들이 겪어온 세상은 내가 겪은 세상과 다르기에 방향이나 목표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정말 자신의 일적인 부분, 경제적인 부분 등등이 완벽한 주인공 '주연'.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쉽고 사소할지 모르는 운전에 트라우마가 있는 삶이 있다. 운전 연수를 도와주는 아주머니는 운전 연수에는 정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운전을 해야 하는 도로에서는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삶의 부분에서 딸에게 인생을 매는(이 부분이 적절한 표현인지 생각이 들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주인공 '주연'의 엄마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작가님이 소설의 서사를 너무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다. 외적인 부분만 보이지만 그럼에도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꼭' 인정하고 타인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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