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가 있다. 학원도 같이 다니고, 놀고, 지내고 했다. 대학교는 서로 멀리 있는 곳으로 가서 잦은 왕래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고향인 부산에 가거나, 방학 때에 꼭 시간을 내서 보곤 했다. 대학교를 가기 전, 수능을 마치고 시간이 많이 있었다. 그때 친구의 삼촌이 커피 가게를 하고 계셨고 거기에서 드립 커피와 커피를 배우게 되었다.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이렇게 조금 배운 것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대학교 3학년, 4학년을 지나면서 커피를 많이 사 마시며 피곤한 일상을 견디어 내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이후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드립 커피 기구를 가진 선배를 만나게 되어 본격적으로 드립을 내리며, 커피콩을 알아가며, 커피에 푹 빠졌다. 대학교 가기 전 커피에 대한 경험이 커피에 관심을 가지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직접 드립 커피를 내리지는 못하지만) 근처에 드립 커피 집을 굳이 찾아가며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디자인 분야 일을 해가며 출판사 대표를 하는데 커피에 대한 책을 출판한다. 이 책이 오늘 리뷰를 작성할 '커피 읽기'이다.
여러 커피에 관한 책들 중 커피 읽기
대학원 생활을 하며 드립 커피를 본격적으로 내리게 되었다. 자연스레 인터넷에서 커피에 대한 것을 찾아보거나 책을 취미로 읽거나 했었다. 여기서 조금 답답한 점은 정보가 너무 전문가를 위해서 쓰인 것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 커피라는 관심(취미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에 대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가깝겠다. 이 커피 읽기는 책의 도입부에 독자가 자주 겪었을 이야기로 시작하고 책의 목표(?)와 전개(?)도 커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하나 커피와 관련된 어떤 지식을 소개받는 느낌을 받았다. 각각의 지식도 너무 과하지 않게 딱 궁금한 정도만 알려주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여러 커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책들은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 관심을 막 가지기 시작한 어떤 초보자가 접하기에 가장 친절한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커피 읽기를 읽고 나서 나의 커피 생활
이 책은 어떤 전문가를 위해서 쓰인 책이 아니라 커피를 즐기는 커피에 관심이 있는 비전문가, 일반인을 위해서 쓰인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커피를 어떻게 하면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서 잘 즐길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비전문가이면서 커피를 잘 즐기고 싶은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은 새로운 생활(?)이 생겼다.
1) 커피 가게에 가서 커피콩을 볼 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커피콩의 종류와 이름을 물어보고 책의 부록에 있는 커피의 산지와 그 산지에 따른 이야기와 특징을 찾아본 뒤 지금 마시는 커피의 느낌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러한 느낌이, 맛이 좋다면 나중에 다시 커피를 선택할 때 혹은 다른 가게에서 커피를 고를 때 도움이 된다. 나의 기호를 찾는다는 것이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2) 커피를 내리는 방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 가게에 가는 경우 커피를 내리는 동안 기다리게 된다. 대부분 그냥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커피를 만드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드립 커피라면 어떤 드리퍼, 드립 포트, 드립 서버 등을 쓰는지 보게 되었다. 세세하게 보자면 내가 마실 커피가 담길 드립 서버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드립 포트를 쓰는지, 어떤 드리퍼에 언제 커피콩을 갈아서 어떻게 그 위에 물을 내리는지 등등을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여러 과정을 보고 내가 마시는 커피의 맛을 기억해본다. 또 다음에 같은 가게에서 커피를 마실 때 같은 맛이 나는지 혹은 다른 가게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보게 되었다.
3) 다른 사람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고르는 과정에서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처음 만나는 사람을 생활하면서 만나기 마련이고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경우가 꼭 있다. (같이 일을 하게 된 타회사의 사람이나, 관심 있는 세미나에서 만난 어떤 모르는 누군가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카페나 커피를 한 잔 하는 것은 분위기를 풀어갈 수 있다. 이때 내가 그 사람의 기호를 찾는 일환으로 이런저런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다면 나중에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좋을 것이다.
커피라는 하나의 매개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작점이 이 책이 되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마시는 커피를 즐기는 것으로 한 걸음, 커피를 같이 마시는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며 한 걸음, 커피를 제공하는 사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한 걸음 등 관심 분야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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