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ook

지구 끝의 온실

13.d_dk 2021. 9. 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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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 

 김초엽 작가님의 여러 작품을 읽었다. 뭔가 현실적인 느낌이 있는 SF 소설과 작가님만의 묘한 문체에 빠져들어서 팬이 되었다. 이후 관심이 있는 작품이 나오면 주저 없이 구매하여 읽었다. 아직 읽지 못한 소설들도 있지만 나중에 구매해서 읽지 않을까 싶다.  

 이번 소설은 김초엽 작가님의 첫 장편 소설이다. 이전에는 단편 소설을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단편집으로 책을 내거나, 여러 단편을 엮어서 출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장편이 나와서 더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구매하여 읽었다. 책 표지부터 너무 예쁘게 나와서 구매할 때 너무 뿌듯(?)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 중 말레이시아의 여러 지역이 배경이 될 때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다녔던 지역의 이름들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 너무 친근한(?) 지역들이 나오니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면서 책을 읽는 편인데 너무 재미있고 읽기가 아까워서 아껴 읽었다. 하지만 주말에 잠깐 시간 날때 잡은 책을 한 번에 읽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여러 생각할 점과 적고 싶은 내용이 가득한 멋진 장편 소설이다. 

지구 끝의 온실 책 표지. 정말 표지에 소설의 많은 부분을 담으면서 예쁘게 잘 만든 것 같다.

 

정말 큰 재앙이 닥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소설의 주된 배경 중 하나는 인간의 실수로 인한 더스트가 생성되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는 부분이다. 이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내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돔에서 살아가야 한다. 돔 내부에는 자원이 한정적이니 여러 돔끼리 또 돔의 내부에서 서로 빼앗고 부수며 살아간다. 또 내성이 있는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척한다. 돔 밖으로 쫓아낼 뿐만 아니라 살해를 하기도 한다. 큰 재앙이 닥치면 서로 다른 돔의 사람들, 돔 밖의 사람들, 내성종과 일반인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하게 된다.  

 내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돔과 내성이라는 두 조건에 따라 어떤 환경에 놓였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상상을 할 때 비슷한 일들 조차 겪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이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가장 가깝게 드는 생각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을 대비하여 꾸준히 지금 많은 것을 익히고 배워야한다는 생존에 대한 현실감만 있는 것 같다. 많이 배우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 살아 남기에 유리할 수 있고 더 남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다짐을 해볼 수 있는 것은 나만 살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는 그래도 함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부분뿐이다. 

 

소설 속 인류를 구해낸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의 정말 멋진 점은 인류를 구하는 것이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먼저 시작은 서로를 위해 돕고 행위를 하던 레이첼과 지수이다.(모스바나의 탄생) 그다음은 어떤 영웅적인 것이 아닌 함께 살아남고자 믿음을 가진 프림빌리지의 사람들이 함께 구해낸다는 부분이다.(모스바나를 퍼뜨림) 그다음은 무조건 그 사람들로 인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나중에 인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노력해서 문제를 해결해낸다는 부분이다.(디스어셈블러를 개발해 냄)  

 서로를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사람들은 단계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결국 서로를 위하면서 스스로를 살려내는 셈이다. 이러한 부분은 지금 사회에서 발생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세계에 있는 기후 문제, 인종 갈등, 종교 갈등, 성별 갈등 등의 여러 문제들은 결국 누군가 하나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뛰어난 과학기술과 제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밝혀야 하며 동시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점진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내며 인류를 더스트로부터 구해낸다.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은 인정하고 여러 방향에서 현상을 보고 문제를 찾아내어 옳다는 부분을 다 같이 행한다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은 이 글을 적으면서 느끼는 한계이다.)  

 

레이첼과 지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소설 속에서 레이첼이라는 여성으로 묘사되는 식물 연구를 하는 로봇화 된 인간과 지수라는 여성 로봇 과학자 사이의 묘한 연애(?)로 인해 프림빌리지와 모스바나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레이첼에 관심을 가지던 지수는 레이첼을 수리하던 중 호감과 관련한 장치를 건드려 자신에게 의존하게 한다. 이들이 보인 연애의 감정이 소설의 마지막까지 레이첼과 아영이 이야기하면서 계속 보인다.  

 나중에 이러한 일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로봇화된 인간과 그를 조종할 수 있는 어떤 것. 여기서 나는 지수가 레이첼을 생각하는 부분이 정말 우리가 나중에 인격을 가진 우리가 조종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하여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다. 조종할 수 있지만(확신은 없었지만) 레이첼은 그 자체를 존중함으로써 조심스럽게 계속해서 레이첼을 대한다. 우리가 나중에 사람이던 어떤 인격을 가진 어떤 것을 대할 때 우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더라도 함부로 그렇게 하지 않으며 존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쉽게 조종하고 다룰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마구잡이로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항상 그럴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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