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ook

달까지 가자

13.d_dk 2021. 10. 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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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님의 단편 소설로 시작하여 구매한 장편 소설!

 장류진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2020년 젊은 작가상 소설 중 '연수'라는 작품에서 이다. 이 소설은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소설 속으로 훅 빨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출근 중 읽었는데 하머 터면 내려할 정거장에 내리지 못할 뻔했다.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여러 저러 생각과 앞뒤를(?) 생각하다 보면 아무리 빨라도 출근 2번 정도에 다 읽기 마련인데 장류진 작가님의 작품은 거의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묘한 여운이 남았다. 아마도 소설 속에 빨려 들어갔다가 현실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일 것 같다. 이렇게 장류진 작가님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후 서점에 다른 책을 사러 들렀다가 장류진 작가님의 장편을 보고 바로 구매하여 읽게되었다. 어떤 내용인지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그때처럼 뭔가 소설 속으로 잡혀 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구매했다. 표지가 뭔가 참 예쁘고 제목도 뭔가 오묘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리뷰를 남길 책이 장류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인 '달까지 가자'이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현실이 팍팍한 사회초년생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산을 불려가는 이야기이다. 너무나 현실적인 보통의 사회초년생들의 직장생활의 표현이 정말 어쩌면 너무 뼈 아팠다. 또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에 투자하며 겪는 감정에 대한 표현과 그러한 감정 상태에서 살아가는 생활 속 생각들도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뭔가 공허하고 슬픈 느낌이 많이 들었다. 동시에 왜 이러한 소설을 써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면 어떤 생각을 전달하기보다는 그냥 이 사회 자체를 정말 현실적으로 소설로 남기고 싶은 것은 아닐지 생각도 했다.

달까지 가자 책 표지. 정말 아름다운 일러스트이지만 우리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책상을 표현해서 묘한 슬픈 느낌을 받는다.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다. 그리고 현실이 팍팍하다. 작고 생활하기 힘든 자취방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 나중에 미래라는 것을 생각하였을 때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렇다고 직장이 빵빵하지도 않고 급여가 많은 것도 아니다. 직장 내에서도 을 중에 을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이러한 존재들이 이러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암호화폐에 뛰어들고 그에 따라 표현되는 감정이 정말 너무 공감되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들 말고도 소설에서 빌런처럼 나오는 존재들이 많다. 하지만 나중에 이러한 빌런들 조차 결국은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부분이 짠(?)하게 표현된다. 그럼에도 남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한 인과응보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왜 세상이 이 모양인가?'라는 생각이었다. 왜 모두는 힘들게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할까? 조금 더 모두가 행복하게 즐겁게 살 수는 없는지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강하게 드는 생각은 모두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꼭 알고 있어야되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부분이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 선배, 후배들 모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그러한 타인을 대할 때 친하던 친하지 않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잘 알고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나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그럼에도 부딪혀서 이겨나가야겠다는 묘한 전투력 충전.

 

소설 속 기억에 남는 문구들

 소설은 나에게 정말 묘한 희망과 많은 현실의 슬픔을 가져다 준 것 같다. 소설 속 이러한 감정을 주었던 문구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처음 계약할 때는 잘 몰랐다.
가격에 비해 괜찮은 집이라고만 생각했지 두가지 턱의 부재가 이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겪어보면 치면적인 불편이었다.
나는 이사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원룸이라는 게 '하나의 방'이라는 뜻이긴 하지만...이렇게까지 일체형인 건 좀...그렇지 않나?"

 

 "똑같은 회사에 타녀도,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겉으로는 나와 같은 처지인 것처럼 보여도,
저 사람과 나는 다르다. 다른 세계를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갑자기 상대와 나 사이의 거리가 하염없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곤했다."

 

 "그냥 자기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로 평범한 대화를 했을 뿐이다.
나를 쪼그라들게 하려는 의도 따위는 티끌만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게 사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할 것이다.
타인을 주거지와 부모의 직업으로, 재력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런 태도가 형편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의 지나가는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선을 그은 다음
나 자신을 아래에 위치시키고 거리를 뒀다."

 

 "저런 애들은 여기서 박봉 받으면서 일해도 결혼할 때 엄마 아빠가 집 사주고 차 사주고겠지?
못 사줘도 일부라도 보태줄 거 아냐?
마음이 되게 편하겠다...야...진짜로...걱정이 없겠다...저렇게 살 수만 있으면...되게 든든하겠다...
저 사람은 내가 이렇게 옹졸하다는 걸 모르겠지?"

 

 "이런 형태의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다와 이어진 듯한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멋들어진 실루엣 사진을 여러번 본 적이 있다.
그동안 손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보며 구경하면서도 그런 장면이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같은 풍경이 막상 눈앞에 펼쳐지자 나도 이런 것들을 응당, 진작에 누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잖아...다 잘될 거라고 했던 거. 달까지 갈 거라고 했던 거.
...(중략)
뭐랄까, 사실 그건 주문 같은 거였어. 그냥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될 거라고 믿어야만 했어. 잘
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한쪽으로는 늘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었어.
그래서 문득문득, 찌르듯이 괴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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