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
2021 서울국제도서전에 친구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가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 책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또 친구도 볼 겸 신청하여 가게 되었다. 이렇게 가게 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텍스트프레스의 여러 책들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전에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담은 에코 에세이를 너무 재미있고 신선에게 읽었기에 또다시 여러 책들을 구매하였다. 이번에 서평을 작성을 할 책이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의 두 번째인 예의 있는 반말이라는 책이다. 오디오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가 인기 있을 때 '착한 반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런 느낌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접한 내용은 조금 더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예의 있는 반말; 평어에 들어서기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과 단어 속에는 생각과 삶을 반영한다. 이와 같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에 대하여 내가 아는 것 내에서 그저 조심해서 사용하기만 하였다. 이런 말에 대하여 문제점과 어떤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대화 속에서 반말과 존댓말은 존비어체계이다. 이러한 존비어체계는 필연적으로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기 마련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속에서 유사 신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다른 언어와 우리의 말을 비교해보자. 대표적으로 영어가 있다. 영어는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직함과 직위가 있더라도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대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또 나는 영어로 대화를 작게나마 해본 사람으로서 분명히 다른 어떤 것이 있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
영어와 차이점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문제점과 의심을 가져볼 만한 점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높고 낮음이 있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다 나은 것(더 나은 또 다른 생각과 삶)을 얻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상상 끝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을 꺼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람 간의 높고 낮음을 가리는 부분을 해결하는 디자인을 평어라고 한다. 어미 없이(~야, ~아, ~님 등등) 사람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평어의 기본적인 형태이다. 존댓말이 아닌 반말을 사용하는 이유로 책에서는 2가지를 든다. 첫 번째는 우리가 태어날 때 사용하는 말이 존댓말이 아닌 반말이라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존댓말은 태생적으로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존비어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말에 대한 상상으로 만들어진 평어는 분명히 모험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부분에서 모험이며 또 경험을 통해 새로이 배워나기에 모험이다.
나는 평어라는 말 자체보다도 평어를 발견해나가고 사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중 하나인 말에 대하여 문제를 찾고 의심한다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을 해내며 이유를 들어가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의심하지 않는 부분을 의심하고,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유와 근거를 찾아,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에 학습하며 디자인을 수정해나가는 과정에 대하여 마음속 깊이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디자인학교 학생들의 에세이 속 평어에 대한 다양한 경험 요약 및 느낀 점
위의 평어에 대한 디자인에 대한 설명과 의의에 많은 공감을 했다. 하지만 나는 평어를 직접 사용해보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디자인학교에서 평어를 사용해 본 여러 학생들의 평어 사용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에세이로 정리하여 전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짧은 요약 및 정리 그리고 평어를 써보지 않은 나의 작은 생각을 감히 덧붙여보고자 한다.
새로운 물결에 발 담그기; 권지현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세계로 넘어가는 경험
- 친밀한 관계와 적절한 거리, 그 사이
- 그 사이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몸에 힘을 빼고 두려움을 빼고 용기를 가지고 물에 들어가서 몸을 맡겨야 함
평어: 나를 비춰주는 새로운 도구; 권정현
- 평어를 사용하며 동등한 관계를 경험 (높고 낮음 없이)
- 그 동등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관계; 윤여경
- 평어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수평한 관계
- 이러한 관계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우정은 아닐까?
- 자신의 위치 속에서 적절히 타협하며 사용할 수도 있음
평어 맛; 김영서
- 언어에 따라 대화의 맛이 달라짐
- 대안학교에서의 반말, 남녀공학에서의 규칙이 있는 말, 이후 나이가 들면서 사용하는 존비어체계의 경험
- 다양한 경험 중 평어가 가져다주는 다양한 장점
평어 탐구 생활; 이한별
- 한국에서의 20년과 이후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하며 경험한 언어
-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경험하며 사용한 언어
- 스타트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님을 통한 위계를 없앤 언어를 들었음
-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평어는 장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멋진 기획이자 디자인
저는 아직 평어가 어려운데요; 이다솜
- 평어가 가져다주는 장점을 이해하지만 사용하기에는 어려웠음
- 더 나은 사용을 위해 부딪히며 사용해보려고 함
사실, 우리가 친구는 아니잖아; 백송이
- 평어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친밀감과 거리
- 이러한 친밀감과 거리 사이에서의 관계에 대한 정의, 그 정의에 대한 고민
- 기존에 정의된 친구, 동료가 아닌 새로운 관계의 존재에 대한 생각
밸런스 게임; 김효진
- 평어라는 말, 언어는 동등함이 중요함
- 이 동등함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과 말을 듣는 사람 사이의 동등함
- 필연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상대방의 반응을 보며 동등함을 위해 말을 사용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함
가람아, 가람씨가 아닌 가람; 박가람
- 평어를 사용하면서 특히 나이에 대한 위계를 많이 없앨 수 있었음
- 기존에 존비어체계를 사용하며 가지던 나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평어를 통한 새로운 관계를 볼 수 있었음
- 나이와 같은 다른 요소에 상관없이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평어
광장 고르기; 서채연
- 기존의 존비어체계를 사용하면서 가지던 대화의 광장이 있음 (대화를 하기 위해 원으로 모인 사람들; 형식적인 느낌)
- 평어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관계의, 다양한 형태의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광장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음
크리틱(?)
이 책은 평어에 대한 설명, 평어에 대한 경험, 크리틱 그리고 어떤 글을 구어체 + 평어로 번역한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분들 중 크리틱은 평어에 대한 여러 다양한 관점(또 다른 관점, 비판적인 관점, 원론적인 관점 등)에서의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크리틱에서 나온 3가지 글에 대하여 또 요약과 함께 짧은 생각을 덧붙여본다.
틀린 그림 찾기; 황지은
- 친밀함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리고 평등함은 구분되며 다른 것임
- 지식이라는 부분에서 높고 낮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항상 한쪽이 모든 부분에서 높지는 않음
- 마치 시소처럼 어느 부분에서는 A가 높을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B가 높을 수 있음
- 이를 인정하고 긴장감을 가지고 시소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도 하며 동등하게 서로를 유지하려고 해야 함
마음의 거리; 현재호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x, y, z 축의 관점에서 비교하여 봄 (아래 그림 참조)
- 이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
실패하고, 그래서 성공하는 대화에 관하여
- 타인과 대화를 할 때에는 타인을 생각하며 대화를 할 수밖에 없음
- 이러한 타인과의 대화는 우리 의식 속에서 규정된 타인을 기반으로 이루어 짐
- 이러한 베이스 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대화는 온전히 타인을 경험할 수 없게 함
- 동시에 타인에게 집중하다 보면 내가 대화를 하고 있지만 나에게서 멀어지고 타인에게 가까워지기 시작함
- 이렇게 자신에게서 멀어질 때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생기며 자신의 주체를 다시 찾게 됨
- 이러한 대화의 특성을 가장 잘 고려한 대화의 방법이 평어임
- 동등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남을 생각하고 그리고 자신을 생각하며 대화하게 되는 것이 평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됨
대화와 말끝에는 결국 사람, 타인이 있음을 기억할 것
평어도 크게 보면 대화와 말에 일부이다. 이러한 말과 대화의 끝에는 결국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항상 생각하면서 어떤 단어들을 내뱉어야 한다. 좋은 도구라도 진짜 의미를 생각하지 못한 채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요즘 여러 상황에서 많이 느끼는 '대화와 말끝에는 결국 사람, 타인이 있음을 기억하자'를 한번 더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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