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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DECOUPLING)

13.d_dk 2021. 3.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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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된 계기

 이번 책은 디지털 헬스케어 엑셀러레이터 기업인 DHP(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의 최윤섭 대표님의 페이스북에서 접하게 되었다. 엑셀러레이터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창업을 하는 팀에게 다양한 방면(비즈니스 모델, 자본, 팀 운영 등등)에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창업 팀에게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말 중요하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에 핵심인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 때문에 최윤섭 대표님이 이와 관련된 책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는 한다. 덕분에 이번 서평을 작성할 '디커플링'을 접하여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문연구요원 훈련받을 때 한 번,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 이렇게 총 두 번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다. 

 디커플링이라는 책의 제목으로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알기가 어렵다. 간단히 내용을 설명해보면 갑자기 나타난 시장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여 파괴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의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예와 함께 풀어서 보자.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사용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멀리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행위를 들 수 있겠다. 이것은 사람들이 돈을 사용하여 가치를 찾는 행위이다. 이 행위는 여러 단계에 걸쳐 가치가 있는 부분이 있고 오히려 가치를 빼앗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가치를 빼앗는 부분의 예를 들면 차를 사기 위해 소모하는 시간이나 비싼 차의 가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행위의 묶음 중 가장 큰 가치를 사람에게 제공하는 부분을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다면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예를 이어서 보면 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해 주거나, 혹은 차를 사지 않고 빌릴 수 있게 한다는 등의 방법 있을 것이다. 시장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는 기업들은 이와 같은 접근 방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한다. 

디커플링의 책 표지. 검은색 양장본에 은색 글씨가 심플하고 매력적이다.

 

고객 가치 사슬(CVC; Customer Value Chain)이란?

 고객 가치 사슬이란 고객이 어떤 목표하는 바를 이루고자 할 때, 일련의 행위들을 하게 되는데 이 행위들 마다 가치를 부여하여 순차적으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사람이 목표한 것을 이루고자 할 때, 문제 요소를 해결하고자 할 때, 여러 행위들을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배가 아프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먼저 배가 아픈 세세한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이후 병원을 가거나 약국을 가서 아픈 부분을 해소하려고 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 중에서는 우리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부분이 있고 가치를 빼앗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가치를 빼앗는 부분을 가치를 잠식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예시에서 배가 아픈데 물어보고 찾아보고 하는 등의 행위는 가치를 빼앗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픈데 검색하고 하려니 힘들기 때문이다. 약국에 가는 행위도 가치를 빼앗는 부분이다. 아픈 상태에서 약국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약을 먹고 배의 아픔이 해소되는 것은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배가 아프다는 문제를 해결하였기 때문이다.  

배가 아픈 상황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고객 가치 사슬.

 

 이러한 고객 가치 사슬을 더 세세한 예시와 함께 짚어보자.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는 점심이나 저녁 등을 해결하려고 할 때 배달을 시켜먹고는 한다. 점심에 전화를 통해 배달을 시켜먹는 것을 생각해보자. 하나하나 절차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먼저 배달을 하기 전 어떤 음식을 먹을지 정해야 한다. 특정한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먼저 어떤 종류의 음식인지 먼저 고르는 일도 있다.
  2. 한식 중에서 햄버거를 먹기로 결정했다.
  3. 이제 어떤 햄버거 가게가 괜찮은지 찾아보아야 한다. 동시에 이 햄버거 가게는 배달이 가능해야 한다. 또 주문한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예산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4. 가나다 햄버거 가게가 맛이 있고 금액도 적당하며 배달도 가능하다.
  5. 이제 그 가게의 전화번호를 찾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해야 한다. 주문을 할 때에는 어디로 배달을 할지 말해야 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물어보고 기억을 해야 한다.
  6. 그렇게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배달을 요청한 위치로 쌈밥이 도착한다.
  7. 만약 다음에 또 배달을 시켜 햄버거를 먹고 싶다면 가게와 전화번호 등을 잘 기억하거나 어딘가 적어두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보며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6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가치를 빼앗는 행위들(가치 잠식 행위)이다. 즉, 사용자나 고객이 노력 및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들이다. 6은 먹고 싶은 음식이 도착하였으므로 즐길 수 있으니 사용자나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도식화하여 표현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배달로 알아보는 고객 가치 사슬.

 

 각각의 행위는 일련의 순차적인 행위들이므로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객 가치 사슬이라고 한다. 이러한 고객 가치 사슬을 보면 가치를 제공하는 음식점(혹은 기업)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많은 수의 사용자나 고객을 확보한다면 기업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 가치 사슬이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명확한 문제점 혹은 사용자 및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와 불편함을 해결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여 이용금액, 판매금액 또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고객 가치 사슬을 보고 문제점이나 사용자 및 고객의 불편함을 찾았다. 또 이를 해결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점이나 불편함을 해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기존의 고객 가치 사슬의 변화를 발생시킨다. 즉, 일련의 순차적인 행위로 연결된 사슬이 끊어지고 새로운 연결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이를 디커플링이라고 부른다. 다시 전화로 배달을 시켜먹는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기존에 고객 가치 사슬을 잘 파악하고 있던 ABC버거라는 가게는 앱을 개발하여 기존의 고객 가치 사슬에서 몇몇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하고, 메뉴를 말로 설명하던 것을 앱으로 대체함으로써 고객의 불편한 점을 해결하였다. 고객이 이 앱을 편하게 생각한다면 많은 사용자가 발생하여 ABC버거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앱을 사용하여 햄버거를 주문하는 고객 가치 사슬은 어떻게 바뀔까? 디커플링이 발생한 고객 가치 사슬은 아래의 그림과 같다.

ABC 버거가 디커플링을 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고객 가치 사슬.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ABC버거의 앱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였고 사용자 증대가 발생하였다. 이를 햄버거를 사 먹고자 하는 고객이 있는 시장의 측면에서 바라보자. 시장의 많은 고객들이 이 앱을 사용하므로 다른 햄버거 가게가 가지고 있는 고객을 빼앗아 시장이 파괴된다. ABC버거는 뭔가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햄버거도 여러 가게와 비슷하거나 좀 더 낫거나, 떨어지거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ABC버거는 고객 가치 사슬을 잘 파악하여 기존의 다른 햄버거 가게들과 차별점을 보였다. 이와 같은 시장의 장악력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이루었다. 기술이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및 사용자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시장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가나다 햄버거도 따라서 앱을 만들고 새로운 고객 가치 사슬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제 각각의 햄버거 가게들은 앱을 사용하는 고객 가치 사슬에서 또 새로운 고객 가치 사슬을 바탕으로 고객을 모으거나, 햄버거 맛과 같은 기술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고객 가치 사슬과 디커플링 그리고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들

 위의 햄버거 가게들의 예시와 같이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난다. 우버, 에어비앤비, 트위치, 넷플릭스, 아마존 등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있다. 위의 햄버거 가게 이야기는 비즈니스 모델과 상당히 간단한 고객 가치 사슬을 디커플링 하는 사례를 설명하였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의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들은 기존의 기업들은 따라 하기 힘든 비즈니즈 모델 혹은 알아내기 조차 힘든 교묘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즉, 교묘하게 고객 가치 사슬을 디커플링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커플링의 핵심은 고객과 사용자에게 있다.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들은 고객과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어떠한 신기술, 뛰어난 특허, 높은 성능 등의 기술 기반으로 시장을 파괴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게 아니다. 이 스타트업들은 기술은 특별하지 않더라도 고객 및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기업은 고객과 사용자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 가치 사슬과 디커플링은 고객과 사용자의 명확한 문제를 찾기 위한 적합한 방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저자가 떠올리지 못한 고객과 사용자의 문제를 확인하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면 고객과 사용자에게 집중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부분이다.

 

한국에서의 여러 디커플링 사례를 찾아서...

 책에서는 여러 외국 기업의 사례들을 위주로 설명이 되어 있다. 한국에도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중 몇몇 기업을 뽑아서 고객 가치 사슬의 변화와 디커플링을 도식화해보고자 한다.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은 위의 햄버거 가게 사례를 넘어서는 시장의 파괴자이다. 위의 사례에서 설명한 기존의 고객 가치 사슬과 배달의 민족이 디커플링 하여 새로이 생성한 고객 가치 사슬을 비교하여 어떻게 고객 및 사용자의 문제점을 해결하였는지 생각해보자. 아마 위의 햄버거 가게 예시와 비슷한 고객 가치 사슬을 생각할 수 있다. 기존의 고객 가치 사슬에서 고객 및 사용자가 느끼는 여러 불편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배달의 민족이 앱을 사용하여 디커플링 한 고객 가치 사슬을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배달의 민족이 디커플링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고객 가치 사슬.

 

 배달의 민족은 앱을 사용하여 기존에 말로써 설명하던 배달의 가치 잠식 행위를 해소하였다. 또 여러 음식군들을 나누어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였고, 기존에 가게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던 것(가치 잠식 행위)을 리뷰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 및 사용자가 편하게 배달시키려는 음식을 확인할 수 있게 제공하였다.

 

당근 마켓

 당근 마켓은 기존에 있던 중고 거래 시장이라는 작은 시장을 키운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중고 거래를 하는 고객 및 사용자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중고 거래를 하였다.

  1. 먼저 필요한 물품을 찾는다.
  2. 기존 판매 가격이 높음을 확인한다.
  3. 중고시장 관련 카페나 사이트를 사용한다.
  4. 물건을 검색하고 사람과 연락하여 가격을 흥정한다.
  5. 카페나 사이트에서 거래를 하는 사람이 괜찮은지 찾아본다.
  6. 시간을 정하고 만나서 거래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순차적 행위를 고객 가치 사슬로 표현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의 고객 가치 사슬.

 

 여기서 고객 및 사용자의 가장 큰 불편함과 문제는 거래하려는 사람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것이다. 혹은 거래하려는 물건이 근처에서 거래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일 수 있다. 당근 마켓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고객 가치 사슬을 디커플링 하였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 하나를 가져와서 해결하는데 그 문제는 지역에 있는 작은 가게들의 홍보이다. 작은 가게의 주인들은 많은 돈을 들여 여기저기 홍보를 할 이유가 없다. 많은 지역에서 가게를 찾아오면 좋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역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가게의 주인들(고객 및 사용자)가 가지는 문제를 당근 마켓은 활용한다. 지역 내에 거래할 수 있는 물건 그리고 검증된 거래하려는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기존의 중고 거래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동시에 지역에 있는 작은 가게들의 홍보를 앱으로 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당근 마켓은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문제를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해결한 멋진 사례라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이 디커플링한 두 분야의 고객 가치 사슬.

 

고객, 고객, 고객! (사용자, 사용자, 사용자!) 

 위의 사례들 말고도 한국에는 멋진 사례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금융 및 자산 관련 문제를 해결한 뱅크 샐러드, 부동산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한 직방과 다방,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한 네이버 페이와 쿠팡, 신선한 식재료를 빠르게 배송하는 마켓 컬리 등등 하나하나 정리해보면 재미있을 다양한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잘 될 수 있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객과 사용자의 불편함과 문제를 잘 찾아서 효율적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개인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는 임원들에 상관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고객과 사용자 관점에서 잘 생각해야 한다.

 고객과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문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두 가지 강력한 방법을 사용해 볼 차례이다. 먼저 일을 하고 있는 분야의 고객과 사용자를 찾자. 그리고 그들이 그 분야에서 어떻게 고객 가치 사슬을 꾸리는지 그려보자. 그 고객 가치 사슬을 바탕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기술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면 연구와 개발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기업의 수익 창출과 잘 연관하여 디커플링을 해야 한다. 다른 회사가 어떻게 하는지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도 중요할지 모른다. 나도 많은 경쟁사들의 제품을 분석하고 플랫폼을 확인하는 등의 일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과 사용자를 더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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