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
전문연 훈련을 받고 처음으로 고향인 부산에 갔다. 부산에 워낙 오랜만에 가서, 인디고 서원에 들렀다. 아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책을 둘러보다가 문득 책의 일러스트에 끌려 골라 집게 되었다. 또 N잡이나 큰 IT 회사들의 플랫폼 운영 방식 등이 궁금해서 이 책을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이 이번에 서평을 작성할 '뭐든 다 배달합니다'이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책의 내용 동시에 궁금했던 내용이 같이 섞여 있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하다 보니 재미있게 읽었다.
플랫폼 노동(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 대리운전)이란?
쿠팡은 앱으로 주문한 물품을 빠르게 배달해준다. 배달의 민족은 앱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면 빠르게 배달해준다. 카카오 대리운전은 운전할 수 없는 상황(예를 들어 음주) 대리운전 번호를 찾거나 전화할 필요 없이 앱으로 쉽게 대리 운전하는 사람을 요청하여 대리운전을 맡길 수 있다. 플랫폼이란 위의 예시에서 설명한 앱과 같은 것이다. 쿠팡은 물건을 판매하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사이를 연결한 플랫폼이다. 배달의 민족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음식을 배달시켜먹는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카카오 대리운전은 대리운전이 필요한 사람과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이와 같은 플랫폼 사이에는 많은 인력, 노동이 필요하다.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물류를 나누고 옮기는 사람이 필요하다. 또 배달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배달의 민족은 사이에 배달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카카오 대리운전은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노동력이 필요한 부분을 이전 사회에서는 회사, 기업에 소속을 시켜 일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 노동은 '남는 시간에 부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비정규적인 일이다. 휴가 중 하루를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입고, 출고 등의 일을 하고 일당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퇴근하며 집에 가는 길에 쿠팡 플랙스라는 이름으로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받아 배송하고 집에 돌아가면 돈을 조금 더 벌 수 있다. 혹은 주말은 운동 대신 자전거를 타고 혹은 도보로 음식 배달을 하는 배민 커넥트를 할 수도 있다. 매우 이상적인 플랫폼 노동이다. 실상은 이렇지 않다고 한다.
물론 위의 예시처럼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플랫폼 노동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은퇴 후 자전거나 도보로 배민 커넥트를 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다. 낮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당을 받고 저녁에서는 오토바이로 배민 라이더스, 배민 커넥트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또 야간에는 카카오 대리운전으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은 노동 모두를 플랫폼 노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점
이러한 플랫폼 노동의 문제점은 제도와 규칙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플랫폼 노동을 하다가 다치거나 혹은 코로나와 같은 상황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 제도가 이 어떤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발전해 온 역사와 맞물려있다고 한다. 이전의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그 기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 되었다. 그 시절 기준으로 충분한 급여 그리고 집과 관련된 대출이나, 가정에 여러 지원들과 같은 복지들이 가정을 먹여 살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기업들을 국가가 지원해주면 되었다. 하지만 IMF 이후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것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 가정이 먹고살기가 힘들다. 맞벌이를 해야 하고 재테크를 하고 경제 공부를 하고, N잡과 같은 다양한 일들을 부수적으로 해야 하는 사회이다. 회사에 소속되어 시간이 종속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하여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직함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여러 제도들은 아직 이전 시절에 머물러있다. 즉, 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제도들이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출이나 실업급여 등이 있다. 회사가 좋은 회사나 전문직이면 대출 이자나 대출을 해주는 금액 자체와 심사가 매우 빠르다. 또는 실업급여 등의 제도들도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해야 하고 몇몇 제도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경우 내가 소득이 감소했음을 열심히 찾아서 증명해야만 제도의 해택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제도 속에서 소속된 회사가 곧 신분이라고 표현한다.
기술 발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강조
저자는 과감한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러 기술의 발전에 따른 직업과 노동의 변화를 국가가 나서 여러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쿠팡, 배민 그리고 몇 년 전 문제가 되었던 타다의 사례 등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때마다 기존의 사람들의 업을 지킨다는 이름 아래 무조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여러 변화를 막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사회적 부채를 가지고 계속 가다 보면 이러한 문제들이 한 번에 터지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저자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본소득과 평생교육을 활용한 제도를 제안한다.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되 교육을 강제하여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게 하자고 한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여러 교육 시설을 평생 교육 시설로 응용하고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노동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의 변화에 희생된 사람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는 기본소득을 받고 일하지 않는 프리라이더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평생 교육으로 교육을 강제하는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어울려 살아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의 환경과 현재 사회의 변화에 함께 공감하고 이해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해와 공감 속에서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제도들이 탄생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
이러한 책과 현실의 여러 제도적 문제를 보면서 저자의 다양한 생각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제도에 대한 지적과 생각이 없었다면, 나는 단순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나도 뒤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만을 가지게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이 없다는 게 거짓말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어쩌면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하고 있는 일을 더 이상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알바나 플랫폼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가졌으면 하는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기술의 발전에 의해 스스로가 뒤쳐진다면 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어떤 기술이 어떻게 발생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지금은 그렇지 않고 기민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나 혹은 우리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되 인정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또 지금 이러한 문제를 겪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대리운전기사, 택배 배달 기사님, 음식 배달 기사님 등등 여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모 알바 회사의 광고에서 나오는 광고 카피 문구를 소개한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
"왜 알바를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럼 다들 해보세요. 알바를 RESPECT!"
'Life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발자의 글쓰기 (0) | 2021.04.29 |
---|---|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미래를 조형할 새로운 기술의 지평 (0) | 2021.04.27 |
임계장 이야기 (0) | 2021.04.01 |
디커플링(DECOUPLING) (1) | 2021.03.26 |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 (0) | 2021.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