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ook

원통 안의 소녀

13.d_dk 2020. 3. 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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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된 계기

 이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단편 소설 집을 읽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도 있었을뿐더러 시사하는 바도 생각해볼 만했고 또한 특이한 소재, 방식, 접근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같은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서평을 작성할 책은 참신한 소재와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김초엽 작가의 단편인 '원통 안의 소녀'이다. 

원통 안의 소녀 책 표지. 그림이 곧 책 제목이다(?)

 책을 읽고나서 드는 느낌은 같은 작가가 쓴 단편 집이 있다면 또 사서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짧지만 묘하게 끌리고 여운이 남는 것이 이 작가가 만드는 글의 특징인 것 같다.

 

기술의 발전. 문제점을 해결할 때의 생각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학과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다. 또한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와 제품들 또한 발전하고 개선되기 마련이다. 나는 연구자와 개발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술을 검증하고 적용하고 테스트한다. 이러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더 나은 제품,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해소하거나 문제점을 해결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과 개선 속에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발전과 개선이 항상 명과 암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더 나아지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과 암이 같이 존재하는 과학 기술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과학 기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의공학이라는 과학 기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어느 기술과 기능이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할 수 있지 않은가에 대하여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점을 해결할 떄, 발생하는 다른 문제와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버와 타다는 기존의 오래되고 비효율적인 택시 산업에 기술을 더하여 많은 부분을 개선시켰다. 가장 큰 부분이 사용자의 불편을 크게 해결했다. 가격적인 부분과 서비스의 질적인 부분 모두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기존에 이러한 일을 하고 있던 택시 업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용자가 줄어들어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피해가 있었고, 이를 문제로 보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경우) 타다가 불법이다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시위하고 기존의 산업에서의 위치를 다시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고객이자 사용자인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기존의 오래된 택시 산업 속의 서비스와 가격적인 부분 말고도 수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사용자로서 타다를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아닌 다른 해결책은 없었을까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명확한 대안이 없어 함부로 어떠한 이야기도 꺼내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은 없을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렵지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택시 기사를 비판한 사람이 언젠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사람과 집단에서 찾는 것은 가장 빠른 문제 해결책일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이 사회가 가진 시스템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술의 무한한 발전 속 작게나마 가져야 할 감수성

 이 우버와 타다의 이야기는 기술의 진보가 가지고 있는 명과 암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다수의 혜택을 위한 소수의 누군가의 희생. 어려운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보아야 한다. 원통 안의 소녀도 기술 발전으로 인해 소외된 사람이다. 동시에 이야기 속 노아 또한 그러하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해가는 기술 속에서 소외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가지는 어떤 감수성은 조금씩이라도 세상을 더 개선시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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