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
시기는 작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개발 중인 제품과 관련된 학회를 갔다가 그 근처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부산에서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연락하고 만나던 친구이다. 서울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반갑고 뭔가 기분은 이상하면서 참 좋았다. 이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친근한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일 것 같다. 근처를 같이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명소(?)나 설명을 안내(?) 받았다. 그러던 중 독립서점에 들어가서 그 친구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책들 보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개받은 책이 오늘 서평을 작성을 기계 비평들이다.
우리 삶 속에서의 기계
우리는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기계와 함께 살아간다. 마치 우리 몸의 기관과 세포처럼 얼기설기 섞여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도 함께 아프거나 혹은 죽을 수 있다. 기계 비평들에서 하나의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을 들 수 있다. 전철로 뛰어들거나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기계 기술인 스크린도어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몇 번씩이나 마주치게 된다. 그 스크린 도어 표면의 광고와 글귀들 등등 함께 본다. 이러한 스크린 도어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여 우리의 삶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문제가 생긴 스크린 도어를 청소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 군이 죽게 된다. 이 죽음은 단순히 기계의 고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중요한 이 사회에서, 시간적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절차 속에서 잘못 만들어진 기계로 인한 죽음이다. 여기서 기계 비평이 필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비정규직, 정규직 문제가 아닌 잘못 설계되어 저렴하게 만들어진 기계의 문제가 아닌, 이러한 기계를 만들 수밖에 없던 여러 사회적인 절차와 이유를 기계를 들여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 분야의 개발자로서 바라보는 기계와 과학 기술 그리고 기계 비평
책을 읽고 내가 느낌 부분은 아무래도 나도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어떤 자세와 생각을 더 가져야겠다와 같은 것이었다. 풀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이 책으로부터 기계의 일부인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기계와 기술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이 기기가 사용되는 제도적, 사회적인 측면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동시에 저러한 측면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어떤 기계 혹은 과학 기술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배운 것 같다. 특히 의료기기 및 기계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계 비평 같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의료기기도 기계의 일부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며 상대적으로 가장 사람에게 맞닿아있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의료 분야에 있어서 일반인들의 관심과 기계 비평이 필요한 이유
좀 더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를 해보자. 의료의 환경은 판단과 직접 행위를 집행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 의료의 영역이다. 사람의 몸 내부를 영상으로 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상 촬영 장비(예를 들어 CT, MRI, 초음파 기기 등등)를 사용하게 된다. 또는 외과술의 경우 사람에게 피해가 최소한으로 가기 위해서 즉, 최소 침습(minimally invasive)을 위해서 다양한 기구와 기기들을 사용하게 된다. 사람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인 뇌의 병변을 수술하는 감마나이프(gamma knife)부터 복부의 작은 부분 민감한 부분을 수술하기 위한 수술로봇 다빈치(da Vinci Surgical System)까지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분야로 기기와 기구를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의료기기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의료 행위를 도와주는 목적으로 활용되기에 다른 기계들보다 더욱 피해를 줄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제도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부분이 같이 이야기된다. 이 기기를 사용하는 의료 행위자는 매뉴얼과 사용 방법 그리고 어떤 것을 목적으로 이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제도적으로는 인허가 절차에서 매뉴얼에 대한 부분과 사용성 (usability)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기구 및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 (의사 및 간호사와 같은 의료 행위자)를 넘어서 의료 행위를 받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신기술의 진단 방법, 치료 방법을 환자에게 소개하고 추천한다면 의료 분야 종사자에 비해 일반인(환자)이 알고 있는 지식이 적으므로 소개받은 진단 방법이나 치료 방법을 선택하여 받을 가능성이 높다. 즉,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전문가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아닌 그러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함) 이러한 부분을 바탕으로 병원들은 홍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새로운 기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기술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환자 즉, 일반인이 인터넷이 발전하여 찾아보고 한다면 장단점을 보고 선택할 수 있지만, 이렇게 찾아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지식의 차이는 환자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도 제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에서 검증에 대한 부분을 기술 문서로 제출하게 한다거나 정말 사람에게 사용되기 전 전임상 시험 및 임상 시험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인허가를 받고 의료기기를 판매하기가 어렵다.
사람과 가장 맞닿아있으며 엉켜있는 그리고 특수한 공간에서의 기계를 위한 기계 비평의 시작
이처럼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사용되는 기계인 의료기기 및 기구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닿아서 사용된다는 점 그리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환자가 서로 다른 측면으로 이 기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점을 중심으로 제도적, 사회적인 부분이 뒷받침되고는 있다. 하지만 제도적은 부분으로서 인허가의 절차는 의료기기를 만들고 판매하는 업체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사람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식약처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다. 즉, 제도적은 부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계가 필수 불가결하게 사용되고 이러한 기계 및 기구 그리고 기술의 사용이 사람들 살려가는 환경이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계들이 사용되는 다양한 환경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환경인 병원에서 고장 난 기계, 기구가 아프지 않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기나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고 기기나 기구가 그리고 기술이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기계나 기구 그리고 기술이 사용 중인 환경에서 검수 관리하는 사람 또한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고 관련 이야기를 찾아보아야 한다. 동시에 의료기계, 기구, 기술을 개발하는 개발자 그리고 판매와 배포를 진행하는 회사도 더 작은 부분도 관심을 가지고 문제가 생길 수 있지는 않을지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제도적인 부분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은 사회적인 작은 관심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P.S.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소개해준 정 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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