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서서히 치매에 걸려가며,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린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러 아픈 곳이 생기셔서 병원에 가시기도 한다. 아무래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이 되고 이대로 괜찮으신지 많은 걱정이 생기고는 한다. 가족력(?)이나 이야기하시는 것 중에서 치매와 관련된 것은 없지만 이 치매만큼은 정말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치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뇌에 문제가 생기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기억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질병에서 걸리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함께했던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는 부모님을 보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다. 아무리 잘 돌봐드리고 도와드려야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돌봄이라는 것은 현실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전문가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과 내가 바라는 이상향의 차이는 돌봄을 하는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노부토모 나오코는 다큐멘터리 등을 만드는 영상 감독이다. 카메라 연습을 하기 위해 꽤 긴시간 부모님을 촬영해 왔다. 그러던 중 저자의 엄마가 점점 건망증이 심해지면서 치매에 이르는 단계를 촬영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치매에 걸린 엄마와 함께 도와주며 살아가는 아빠의 모습을 촬영한다. 이 자료가 우연한 계기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저자는 이 책으로 출판하였다.
미디에서 보았던 치매에 대한 상황은 슬픔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정말 큰 문제였다.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기존의 가족이 가지던 연대를 부수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이 책에서 실제로 저자가 겪어가는 치매에 걸린 엄마는 막연한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실제로 벌어진다면(거의 희박하다고 보지만...) 또 다른 이 상황의 가족을 본다면 어떻게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도움이 될 것 같다.
치매에 걸린 가족이 가지는 현실
치매에 걸린 엄마는 당사자로서 가장 본인이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먼저 기억과 일상생활에서 늘 하던 것이 어려워지지만 스스로 치매라는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스스로는 기억이 없어졌는지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억과 인식 자체가 온전치 못하여 이러한 사실 자체도 기억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꽤 이 부분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도와주는 아빠는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많은 노동을 해야 한다. 원래는 아내가 하던 빨래와 식사 준비, 장보기 그리고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일까지 많은 노동을 해야 한다. 저자의 아빠는 나이가 90세가 넘는, 돌봄이 필요할 수 있는 노인인데 이를 묵묵히 하나하나 해내어간다. 저자는 이러한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고 이 아빠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다고 한다.
저자는 도쿄에서 일을 하고 부모님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지낸다. 일과 돌봄을 병행하기 위해서 이동에 많은 시간과 체력을 할애해야 했다. 현재 사회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올리기 위해 시간과 체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매에 걸린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는 많은 노력과 결심이 필요하다.
각 가족이 처한 현실 속의 어려움은 정말 현실의 어려움 그 자체이다. 아무리 조금 더 신경 쓰고 노력을 하더라도 어려움은 어려움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가족이 서로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면서 치매에 대한 전문가(의료적인 부분 + 돌봄의 부분)의 도움을 받게 된다. 전문가는 환자에게 가족은 사랑을 주고, 전문가에게 맡길부분은 맡겨라는 이야기를 한다. 일반인들은 (일본의) 케어매니저나 요양보호사만큼 환자를 잘 돌볼 수 없다. 가족에 대한 신념이나 환자를 직접 보살피는 것 대신 어떤 것이 정말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또 필요한지, 내가 가족인 치매 환자를 위해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족으로서 내가 잘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사랑을 열심히 하자.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잘 공부하여 그 부분을 잘 활용해야 가족 모두에게 좋다.
치매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보자; 다시 알게 되는 가족들
저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엄마와 아빠에 대해 다시 알게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빠가 60여 년 정도 함께한 반려자를 어떻게 보살피고 대하는지 또 가족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저자인 딸을 많이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딸이 하고픈 일을 할 수 있게 묵묵히 응원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우직히 해내가는 모습이 아빠가 이러한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해주었다고 한다. 엄마가 원래 얼마나 주부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좋아했었는지 또 어렸을 때 함께한 추억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저자가 표현하는 부모님의 나날들과 과거의 작은 기억들이 너무 소중하게 또 애틋하게 와닿는 부분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웠다. 읽다가 말고 나도 부모님한테 몇 번 정도 통화를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치매에 대해 2가지의 새로운 생각을 말해준다. 첫 번째는 치매는 부모가 자식에서 목숨을 걸고 해주는 마지막 육아라는 부분이다. 육아는 자녀가 어릴 때,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 끝난다고 보통 생각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간병하는 것을 다른 의미의 육아로 저자는 표현한다. 도움이 꼭 필요한 부모를 도우면서 다시 부모를 생각하게 되는 그리고 동시에 아픈 이들을 어떻게 잘 대할 수 있는지, 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등을 삶의 마지막에 자녀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신이 베푸는 마지막 친절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저자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려고 하였다. 이러한 간병 속에서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노력 없이는 점점 사랑하기 어려워진다. 많은 부분에서 간병은 괴롭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병 속에서 부모의 삶이 다해 이별이 찾아오는 경우, 급작스러운 부모와의 이별보다는 덜 괴로울 것 같다고 저자는 표현한다. 분명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부모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나오는 사랑은 원래 없을 수도 있다. 계실 때, 더 많은 부분을 발견하고 삶을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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