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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회고 : 의료기기 리서치 엔지니어. 근데 이제 수술로봇과 소프트웨어를 곁들인.

13.d_dk 2022. 2.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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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회고를 시작하며 또 정리하는 나의 직무

 시간이 흘러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늘 회고를 작성할 때면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고민을 많이 한다. 다른 회고를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회고를 대부분 '어떠어떠한 직무의 N년차 회고'로 많이 작성했다. 나는 이전에는 '의료기기 연구 개발자'라는 직무로 회고를 작성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커리어와 내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나의 직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료기기 리서치 엔지니어. 근데 이제 수술로봇과 소프트웨어를 곁들인.

 다른 이들(아무래도 개발자님들의 자료를 보다 보니)은 직무가 명확하게 되어있다. 이전의 1년 차 및 2년 차 회고에서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여러 일들을 알고 있으며 같이 해야 하는 게 이 부분이다 보니 나의 직무(?)는 짧게 표현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특수하지만 특수하기에 장점이 되고 단점이 됨을 자주 느낀다. 뭔가 늘 '지향'하는 바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가까운 듯하다. 하지만 여러 키워드, 예를 들면 medial(clinical), robot, vision, software, research, development 등등이 합쳐질 때 장점과 강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 자꾸 길어진다. 의료기기 분야의 연구 및 개발 분야의 사람들(특히 SW 엔지니어)은 비슷한 공감대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일들을 주로 했지? 어떤 일들이 있었지?

 21년도에 내가 했던 이 중 주된 부분을 딱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엇일까? 그 일은 바로 '유지보수'이다. 제품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요청사항들과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되었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SW의 버그는 바로 수정해서 배포를 해야 한다. 사용자가 요청하는 좋은 추가 및 보완 기능은 조금 더 단계가 많다. 먼저 개발과 테스트를 거쳐 인허가 문서를 작성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변경 인허가 후 배포 및 적용 또는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배포 및 적용을 수행할 수 있다.

 SW 버그 발생의 경우,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긴급하게 처리해야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고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문제 발생
  2. 원인 파악과 문제에 대한 수정을 진행 및 단위 테스트
  3. 이 문제가 발생하는지 기능 테스트
  4. 이 문제 수정으로 인해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어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종합 테스트
  5. 이후 필요한 인허가 문서의 수정과 패치 버전의 배포, 제품 양산에서의 적용

 이러한 과정에서 의료기기는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해결해야만 하며, 동시에 해결 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1순위임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인허가 과정 혹은 인허가 문서를 고려해야 함은 덤이자 기본이더라!) 임상현장의 고객(의료진)은 수술에 사용되는 이 로봇, 의료기기를 바로 안전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SW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더 좋은 구조와 방법, 많은 생각과 피드백을 거치는 것보다 문제 해결이 우선시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어쩔 수 없는 특성이지만 "SW와 관련하여 조금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용자가 요청하는 기능의 보완과 추가는 상대적으로 긴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실제 제품에 적용되는 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 조금 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먼저 요청 사항을 분석하여 기획
  2. 이 기획을 바탕으로 임상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인허가와 개발 및 적용 일정을 고려하여 수정 및 보완
  3. 이후 개발과 테스트 그리고 인허가 문서를 작성
  4. 변경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 먼저 진행
  5. 이후 양산 과정에 적용하고,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에 패치 버전을 제작하여 적용

 요청사항을 바탕으로 기획하고 검토받는 부분은 꽤 재미있고 어려웠다. 기획하고 테스트하고 개발하는 등의 단계는 재미가 있었지만 단계 단계에서 발생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힘들었던 것 같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는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과 기술에 대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능이 의미가 있기도 하고, 잘못 만들어서 수정이 필요하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획과 개발에 참여를 많이 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기존 제품과 큰 틀에서 차이는 없었지만 살펴보고 생각하고 개발을 하는 등의 일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부분 중 하나는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관련된 기능 연구 개발을 해보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도 정해진 기간 내에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이미 맡은 부분들이 있어서 하지 못했다. 임상의 요소를 공학적으로 풀어 정보를 제공하는 기획과 그를 구현하는 SW 엔지니어링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성장을 위해 어떤 것들을 했지?

 21년도 성장이라는 부분에서 가장 큰 키워드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회고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잘하자고 작성했다.

  1. 임상 및 제품 공부 아자아자!
  2. SW 개발 능력 향상!
  3. 영어 좀 잘하자!
  4. 책 많이 읽자!
  5. 글 많이 쓰자!
  6. 운동 꾸준히 하자!

 책을 읽는 부분과 기록을 남기는 부분을 잘했다. 영어는 작년과 같이 꾸준히 소소했다. 임상 및 제품 공부는 딱 일에 필요한(?) 만큼 했던 것 같다. SW 개발 능력 향상 부분은 6월 정도까지 꾸준하다가 멈추었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PT도 받는 등 잘했지만 백신 접종 이후 멈추어진 상태다.

 책은 출근 시간 열심히 읽었다. 시간을 만들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읽어서 연간 50권 정도 읽어보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는 못하였다. 결과적으로는 27권의 책을 읽었다. 기록을 남기는 부분은 블로그 기준으로 총 73개의 글(SW 개발 부분 10; 아티클 정리 17; 투자 6; 책 27; 운동 10; 팁 2; 여행 1)을 작성했다. SW 개발 관련 부분과 아티클 정리, 투자 그리고 일과 관련한 글들을 더 정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기록이라는 부분은 수치로 결과로 딱 남다 보니 돌아보면 열심히는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영어는 듣기를 위주로 퇴근길에 꾸준히 소소하게 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웃풋이 부족해서 많이 늘지 않았다. 운동의 경우 훈련소 이후 꾸준하게 필요했다. 홈 트레이닝으로 꾸준히 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유튜브던, 앱이던 따라 해 보더라도 몸에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비용이 들지만 PT를 받았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홈 트레이닝을 하니 훨씬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 연달아 시력교정술을 받으면서 쉬고 있는 상태다.

 SW 개발 능력 향상 부분은 leetCode 사이트의 기본 알고리즘 수업을 보고, 문제를 푸는 것으로 매일매일 코딩을 하였다. 기본 수업을 다 듣고 문제를 풀고 나니 6월이 끝나 있었다. 분명히 도움은 되었지만,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정리하지 않고 푸는 것 자체에 집중하여 효율적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 주로 사용하는 C#과 관련하여 기술을 정리하고 예제를 만들면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였다. 하지만 이 부분도 직접 사용하는 부분이 적다 보니 효율이 적었다.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은 실제 사용한 코드를 다시 원리와 예제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니 많이 정리하고 작성하지 못했다.

 성장을 위해서 이번 연도에는 조금이라도 외부 활동(?)을 해보기로 했었다. 특히 기록과 관련한 작은 활동을 했다.

  • 모각글(모여서 각자 글쓰기; GDG seoul) 3회 참여
  • 커리어리 글쓰기 2회 참여 (1달씩 진행; 한 번은 완료, 한 번은 완료 못함)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에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았다. 하지만 활동들을 하는 것에 집중하면 결국 경험치만 쌓게 된다. 성장이 목표면 성장을 위해 활동을 해야 함을 이번에 느꼈다. 이것저것 하더라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경험치 심하게는 시간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어떤 일을 해볼까?

 정말 운이 좋게도 제품이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21년도와 같이 유지보수를 메인으로 수행할 것 같다. 아쉬웠던 부분을 잘 보완해서 일을 해야만 한다. 작년에 아쉬웠던 부분인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기획과 개발 그리고 임상에서 활용되는 정보에 대한 개발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고자 한다. 유지보수에서 바로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정을 조율하기 힘들지라도 조금 더 나서보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부분을 잘 찾아서 더 사용하기 좋은, 성능이 좋은,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또 관심이 있는 SW 개발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많이 생각해서 좋은 구조로 좋은 코드들을 작성하며 익혀나가야 한다. 성장과 연계하여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블로그에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는 성장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해볼까?

 21년도를 돌아보며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부분 중 하나는 명확한 기록과 수치에 근거한 목표가 없었다는 부분이다. 이번에는 노력하고 잘해보겠다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몇 개, 얼마나 해보겠다로 바꾸어서 시도해보려고 한다. 즉, 목표 수치를 바탕으로 이를 채우는 방식으로 어떤 것들을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일하는 중 정리할만한 요소를 블로그에 기록해보려고 한다. SW 개발 중 새로이 사용한 구문이나 방법 혹은 구조, 라이브러리가 있다면 기록할 수 있다. 이는 2주에 1개, 한 달에 2개를 목표로 연간 총 24개를 목표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두 번째는 인터넷의 좋은 글들 또는 영상, 아티클들을 읽고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냥 읽고 머리로만 기억하기는 조금 아쉬워서 짧게라도 꼭 정리해보고자 한다. 짧은 거 1개 조오금 긴 거 1개 정도로 매주마다 작성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연간 목표는 4주를 기본으로 96개이다.

 세 번째는 한 달에 아무 주제로 하나라도 글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여러 활동을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리뷰나 후기, 인허가 교육을 받았다면 이에 대한 내용 정리 등을 해보고자 한다. 일 년으로 보면 12개의 글을 작성해야 한다.

 네 번째는 한 달에 책을 2권씩 읽는 것으로 목표로 총 24권을 읽으려고 한다. 이 또한 블로그에 글로 정리해서 24개의 글을 작성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영어에 대한 아웃풋이다. 슈퍼팬이라는 앱으로 영상을 보고 퀴즈를 푸는데 퇴근길 기준 2일 정도 소요된다. 즉, 주당 3개 정도의 영문 영상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여기서 배운 문장이나 단어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또 최근에 영어 회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민병철유폰을 시작하였다. 주에 2번씩 20분간 말하면서 많은 문장을 만들어보게 되는데 기억할만한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짧게 짧게 주당 3개 정도씩 글을 작성해보고자 하며 일 년 목표로 총 144개를 정리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운동을 매일매일 루틴을 정해서 해보고자 한다. 평일과 주말의 루틴을 조금 다르게 하여 꾸준히 하고 매일매일 여부를 체크하려고 한다. 이는 어떤 것으로 기록을 만들지 고민이 필요하다.

 추가로 새로운 어떤 일을 하나 해서 마무리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웹이나 앱 서비스 간단하게 하나 배포하기가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정하지 못하였지만 찾아야(?)한다. 이는 어떻게 목표를 잡고 기록으로 확인할지 고민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번 해에도 잘하쟈!

 늘 잘하고 싶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든 이러한 삶을 원한다. 이번 해는 시작부터 일이라는 부분에서 잘 시작하고 있고 좋은 기회도 왔다. 무리한 목표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작성하는 중 생각이 들지만, 최대한 열심히 기록하고 목표를 이루어보도록 해야 한다.

 인정해야 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밝힐 것은 밝히며, 두려움이 있다면 배우면서 그 공포를 해소해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차근히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작년 21년도에 많이 느꼈다. 늘 조급함이 가득하지만 (하지만 조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거나 뒤로 가는 것보다야 기어가는 게 낫다. 22년도에도 화이탱!

화이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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