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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공학과 졸업생의 의료기기 연구 개발 1년차 회고

13.d_dk 2020. 2. 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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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를 적고 싶다!

 

 나는 왜 회고를 적고 싶었을까? 아무래도 내가 취업 후 자기 계발을 위해 참고했던 많은 블로그와 사이트들에서 나의 또래 누군가가 자기가 했던 일들에 대한 회고를 많이 적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 또 참고했던 수많은 또래 능력자와는 다른 나의 독특함(?)이 또 다른 누군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나 크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또 다른 내적 동기로는 내가 일을 한 1년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지고 싶었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의공학을 전공했다. 의공학은 의학에서 사용되는 공학적인 관점을 배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이 와 닿지 않으니 예시를 들어보자.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공학적 원리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예시와 함께 더 풀어서 설명해서, 의학이라는 사람에게 사용되는 학문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와 한계점들을 공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학문이다. 공학적인 관점이라 함은 생명 공학, 화학 공학, 기계 공학, 소프트웨어 공학 등등 많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의공학을 배우면서 내가 강점으로 가지고자 했던 부분은 IT 부분, 소프트웨어 부분, 의료 영상, 생체 신호 등등이었다. 학부 동아리와 석사를 거쳐 이와 같은 강점을 가지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의료기기 제조업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내가 연구 개발하는 의료기기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 병원에서 의료 영상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함께 의사를 도와 환자의 치료를 돕는 데 사용된다. 글을 적고 보니 무언가 굉장히 당연한 것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내가 우리 팀에서 맡은 부분은 크게는 의료기기의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이다.

 

 간단하게는 의료기기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이지만 실제는 매우 복합적인 부분(?)을 수행했다. 기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자로서의 일을 해야 했다. 부수적인 부분은 아래와 같이 나열할 수 있다.

  • 의료기기의 소프트웨어에서 사용되는 기능의 검증을 위한 실험 설계와 이에 사용되는 의료영상처리
  • 단순한 기능 개발이 아닌 병원에서 사용된다는 환경과 의료인이 사용한다는 상황을 고려한 기능 기획과 설계 및 구현
  • 의료기기 인증 및 판매 허가를 위한 인허가 문서 작성
  • 의료기기 시스템이 제공하는 의료 행위의 절차를 고려한 시스템 통합 테스트

 

 분기별 타임라인으로 보는 1년 회고!

 

 3개월 단위로 의료기기 응용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을 하면서 했던 일들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보았다.

 

 1 분기 / 2019.02 ~ 2019.05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기본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기본적으로 응용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C# 기본 공부를 위해 두꺼운 책과 구글링 하여 찾은 자료의 예제를 미친 듯이 따라 하면서 익혔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개발을 해야 했으므로 전체 기기의 시스템도 익혔다. 의료기기 인허가 문서도 보조해야 했으므로 인허가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알아야 했고, 점심시간마다 선임을 통해서 매일 특강을 들었다.

 

 간단한 입사 프로젝트를 1달에 마무리하였고 다른 팀과 협업에 필요한 간단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또 실제 회사에서 사용하는 여러 협업 툴에 대해 익혔다. 간단하게만 알고 있던 git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찾고 배웠으며, 애자일 및 스프린트 등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프로세스도 찾아보고 배우고 사용했다.

 

 운이 정말 좋았던 부분은 실무진 모두 경력이 상당해서 내가 마음 놓고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1일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동시에 심하기는 했던 것 같다. (실무진이 각자 할 일을 하는데 나는 계속해서 배우고만 있으니...) 가장 정신없고 불안했지만 정해진 길을 따라 그냥 뛰어가기만 하면 돼서 정말 훌쩍 시간이 지났던 것 같다.

 

 2 분기 / 2019.05 ~ 2019.08

 

  완전히 혼자서 기능 개발은 시간이 좀 소요되었고 몇몇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기능을 따로 프로젝트처럼 만들어서 깊게 익히는 단계였다. 버그를 고치거나 혼자서 간단한 시스템 테스트는 할 수 있었다. 연구소가 아닌 본사에서 영업 부분이 테스트할 수 있게 셋업이 되었고, 주에 한번은 같이 테스트하고 버그를 찾아서 고치고 피드백받은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에 치중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요구사항이 얼굴을 마주 본 사람에게서 바로 떨어지니 명분이나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아 올라서 어떻게든 구현하고 테스트해서 반영하려고 했던 것 같다. 동시에 이상한 요구사항이나 기획과 다른 요구 사항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나가는지 배웠다. 이때도 역시 정해진 일을 따라 하는 단계였던 것 같다. 이전 배움이라는 일로 길이 정해져 있었다면 이제는 정말 일로써 길이 정해져 있어 또 정신없이 달렸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일들을 하다 보니 보람도 있었다.

 

 3 분기 / 2019.08 ~ 2019.11

 

  이제 시스템에 사용되는 응용소프트웨어에 버그 수정과 기능 개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걱정 없이 시간이 있다면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나의 큰일은 많은 부분을 전수해주고 가르쳐주었던 선임분이 퇴사하기로 결정되어 그 일을 내가 메인으로 인수인계 받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설명하면 팀 내의 응용소프트웨어 부분은 3명이었는데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을 주로 담당하는 선임분, 한 분은 전반적인 절차 및 기획, 실험, 검증 부분을 주로 담당하던 선임분 (퇴사하시는 분) 그리고 나머지가 나였다. 기획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담당하던 선임 분과 나누어 기획하더라도 실험과 검증 부분은 내가 주로 인수인계받게 되었다.

 

 인수인계를 받고 나서 나의 위치와 역할이 생겨서 다른 팀 및 다른 팀원분이 나를 찾고 내가 그 일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 1일분은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시기에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개발에 대한 능력을 올리고 싶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부수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매우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시작했던 시기이다.

 

 4 분기 / 2019.11 ~ 2020.02.

 

  일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매우 쉬워졌다. 위에서 언급한 고민이 더 커져서 많은 시도를 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에 관한 공부를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소프트웨어 부분은 다른 또래가 올린 글들과 방법을 실천했다. 하지만 이게 내 능력을 올려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나의 역량이 늘어난다는 느낌이 많이 없어 불안했다. 불안하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뭐라도 계속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일에 대한 고민 그리고 노력과 성과 정리

 

 일을 해내 가면서 나는 어떻게 성장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했다. 이러한 고민은 아래와 같았다.

 

  • 의료기기가 사용되는 분야의 임상적인 부분의 공부
  • 의료영상 및 데이터 처리에 대한 공부
  • 인허가 절차 및 문서에 대한 공부
  •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공부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러한 공부의 고민의 특수한 분야(예를 들면 의료!) 내에서 일한다면 누구나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수성을 가지는 고민은 퇴근 시간이 지나고 저녁을 먹은 뒤 짬짬이 공부를 했다. 또 공부라는 것을 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서 나의 문해력을 향상하고자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었다. 또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료 조사와 함께 내 생각을 글로 남기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그 결과 한달에 1권 정도의 책 읽기를 해내었던 것 같다. 

 

여태 읽어왔던 책들. 생각보다 지출이 있었지만 뿌듯하고 보람차다.

 

 가장 큰 고민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부분이었다. 그 고민은 내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지금과 다른 플랫폼과 개발을 수행하게 되면 나는 얼마나 빠르게 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의공학을 공부하면서 쌓은 개발과 IT 등등에 대한 여러 지식이 있었지만, 충분히(?) 부족하였고 이 역량을 올릴 수단이 필요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자료와 다른 또래의 사례들이 많아서 쉽게 '아! 이렇게 시작해보자!'라고 생각을 하고 방법을 마련하였다.

 

 그 방법은 최근에 개발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TIL (Today I Learned) 운동(?)이었다. 아래와 같은 항목을 위주로 TIL을 실천하였다. 이전에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언급했지만 TIL는 개발을 하면서 배운 것 및 찾은 것을 정리하여 github에 commit과 push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운동이다. 또는 개발을 하면서 배운 것이 아닌 따로 코딩하여 github에 기록을 새기는 방법도 있었다. 일을 하다가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정리하여 기록에 남겼는데 주로 C#에 대한 부분 또는 python을 사용하여 실험 및 검증용 프로세싱 스크립트 등이 있다. 또 따로 개인 프로젝트처럼 코딩한 것 (주로 python) 그리고 알고리즘과 실제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시작한 code war의 문제를 풀고 기록을 남겼다. code war의 경우 주로 메모리를 직접 관리해주어야 하는 C++을 위주로 진행했다. 또 과외를 위해 python 내용을 정리하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가을쯤부터 시작하여 매우 아량 넓게 봐주어 3분의 1도의 잔디를 채웠다. 구석구석 심지 못한 잔디 부분도 있다. 또 code war 문제를 풀지 않고 문제를 정했다는 이유로 잔디를 심은 날도 있었지만, 코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부분에서 노력했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다시 보니 아직 한참 멀었구나를 다시 느끼게 된다.

 

 원래 처음 입사할 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스터디 모임 또는 여러 발표 모임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예 하지 못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들였고 다만 동기 부여를 위해 GDG pangyo의 DEVFAST에 갔다. 목적은 의료 영상 처리 발표를 하시는 분의 강의를 기대했으나 시간도 적고 대중을 상태로 강의를 하다 보니 인사이트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부분에서 다른 방향으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일찍 도착하여 찍은 DEVFAST. 언젠가 나도 내가한 것으로 발표를 해보고 싶다.

 

 그 외에 3번의 학회 참여 (2번은 연구소의 일로, 하나는 개인적으로!), 1번의 박람회, 2건의 특허 출원 진행 등등이 있었다. 그 외라고 부르는 일들은 시간 날 때 열심히 보고 간단히라도 정리했으면 되었을 것을 정리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보니 경험했던 것이지만 아쉬움만이 남는 일들인 것 같다.

 

 

앞으로의 다짐과 계획

 

 의료 분야에서의 개발자는 개인적으로 유니크하고 매력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좁고 애매할지도 모르겠다) 개발을 넘어서 다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몸으로 부딪치며 배웠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임상에 대한 지식 공부는 계속해서 짬짬이 정리하고 시간을 내어 블로그에 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 인허가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코딩과 지식이 같이 필요한 의료영상 부분은 책을 바탕으로 꾸준히 하나하나 해내 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처리를 넘어서 영상 장비 기초부터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꾸준히 해서 실력을 올려야 하는 코딩은 지속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 특히 코딩의 역량 개발 측면에서는 정말 배운 것 의미 있는 것만 기록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code war의 문제를 정하고 그 문제만 읽어본 뒤 기록을 남기고 다음 날 문제를 풀고 기록을 남기는 일도 했던 것 같다. 문제만 정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임을 알고 정말 의미 있는, 배운 것, 익힌 것을 잘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입사했을 때의 계획 중 하나인 스터디 모임도 해내 보려고 한다. 아직은 python 자료 정리(수업 자료 만들기?)에 빠듯하다. 물론 이 수업도 동기부여도 되고 하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 고민은 좀 다른 것 같다. 다른 비슷한 일들을 혹은 내가 관심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공유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지난 1년 정리를 마치며 앞으로의 1년을 이제야 뭔가 새해 같이 다짐해 본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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