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
이번 21년에 대한 나의 큰 계획 중 하나는 '기록'이었다. 이 '기록'이라고 함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흔적을 많이 남기는 것을 말한다. 또 개인적인 욕심으로 내가 하는 일의 분야에 대한 책(?)으로 펴낼만한 사항들을 수집하고 작성하는 것도 있었다. 지금까지 사이사이 틈틈이 이러한 일을 해내고 있다.
올해인 2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책을 집필하는 친구로부터 작은 제안을 받았다. 이 제안은 환경에 대한 에쎄이를 작성하여 출판하는데 이에 대한 글을 같이 작성하자이다. 동시에 이러한 환경에 대한 에쎄이를 기획한 이유와 어떤 글을 작성하면 되는지 설명도 함께 들었다. 나는 앞에서 말한 올해 세운 스스로의 기록에 계획을 지키고자 제안을 거절했다. (어쩌면 기록에 대한 이유는 변경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4월쯤 제안된 책을 친구가 텀블벅을 통해 출간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러 얽힌 사연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이를 텀블벅으로 구매하였다. 이러한 사연과 함께 읽어나가는 책은 특별하고 참 소중한 경험을 가져다준다. 이 책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에코 에쎄이이다. 책에 대한 부제 같은 설명을 옮기자면 아래와 같다.
무겁고 거대한 환경 이야기 바깥에서, 사소하고 일상적인 감각으로 환경을 말하는 열두 편의 에코 에쎄이
환경, 자연을 몸으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계절 중 하나는 봄과 여름의 사이라고 생각한다.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또 뭔가 비가 올 것 같으면서 습습한 느낌이 있고, 동시에 구름이 있어 산뜻한 느낌도 있다. 어느 날은 구름은 없고 햇볕은 따가운 그런 계절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 중 버스에서 읽는 이 책은 지금 읽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을 묘한 감정을 나에게 주었다. 6월 5일 환경의 날은 참 한국에서 절묘한 날씨를 보이는 그런 날짜를 잘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 개개인의 일상적인 삶 속 환경
책 속 다양한 글쓴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삶 속에서 환경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평소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환경을 배려하는 행동과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환경을 생각해보고 삶 속에서 환경을 배려하기 시작해본다. 이 책은 왜 여러 환경에 대한 콘텐츠 중 개개인이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을까?
'우리'라고 하는 '사람'은 지구에서 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구를 이루는 게 환경이며 이러한 환경을 배려하고 지켜야만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여러 과학적 근거와 사실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환경을 잘 지킬 수 있을지 여러 글들과 방법들이 많이 있다. 기업들이 나서야 가장 효과적이라는 등의 뛰어난 방법들은 많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방법과 외침이다.
다시 말하면 개개인이 환경에 대한 소중함, 감각, 일상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등의 생각들과 행위가 없는 게 현재의 사회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효율적인 방법은 방법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써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환경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이와 같은 일상에서 수많은 개개인들이 나에게 소중한 환경을 이야기하고 느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효율적인 방법은 자동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는 평소에 기후 위기 및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피부로 느낀 경험이 있기도 하고 평소에 보았던 여러 과학 콘텐츠에서 현재 환경을 대하는 방식은 큰 문제가 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는 받아들여지고 좋은 방법도 알겠으나 뭔가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이 답답함을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편집자의 글에서 잘 풀어주었다고 생각했다.
... 수많은 환경 이야기 속, 우리가 놓쳐왔던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개개인이 가진 삶의 특수성, 그리고 그런 삶과 감수성들의 무수한 차이, 그것으로 발생하는 불일치일 것이다... (중략)... 그래서 에코 에쎄이는 환경 이야기의 또 다른 항, "무엇이 사회적으로 옳은가"보다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가"를 말한다...
개개인의 환경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고 느낀 나의 생각과 감각
에코 에세이에는 여러 개개인의 환경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각각의 경험들을 글로 읽으면서 몇몇 느낀 부분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또 인상 깊은 글귀도 같이 남겨두고자 한다.
점심 일기; 구안나
'환경을 위한 덕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귀에 속삭이는 듯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손수건을 통한 환경 덕질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실험을 하고 나면 손을 씻는다. 실험이 잦은 때에는 굉장히 자주 손을 씻는 편이며 이 때문에 늘 페이퍼 타월과 핸드크림을 많이 사용했다. 글쓴이는 이러한 부분도 환경을 위해 손수건을 사용하며 작은 불편으로 환경을 덕질하는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면서 내가 볼 수 없던 부분을 이제 볼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 더럽다는 기준은 누가 규정 지었을까?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위생'으로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이 요즘에는 '친환경'을 팔고 있다.
위생을 내려놓으면 괜찮아지는 것들이 많아진다.
나는 괜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삶이 단순해졌다.
단순해진 삶은 여유를 주고 그 여유로 또 좋은 것들을 삶으로 들일 수 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장, 불모지장; 김진경
주말에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이 꽤나 많은 고민이 된다. 맛은 있으면서 건강에 나쁘지 않고 간편했으면 한다. 또 가격은 비싸지 않으며 쓰레기가 많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채식을 하려고 할 때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많은 쓰레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신선함을 이유로 많은 포장들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야 밖에서 사서 먹는 게 조금 더 쓰레기가 생기는 것 같다. (이는 스스로의 생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늘 사 먹자니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나는 이러한 고민들을 그저 가지고만 있으며 적극적으로 해결해보려고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스스로에게는 더 편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김진경 님은 불모지장을 통해 버려지는 것에 대해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을 하고 행동한다. 불모지장은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이라는 의미이다. 이 장은 시장처럼 먹을 것을 사고팔고 제품을 사고파는 장인데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게 장을 운영하는 기획이었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모두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게 이러저러한 것들을 구매하고 나누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생활 속에서 나를 위한 작은 기획을 통해 고민과 문제를 해결해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찾았다.
에코백은 더 이상 에코 프렌들리 하지 않다; 이한별
이 이야기를 읽고 생활하던 중 내가 가진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했다. 나는 개발과 관련된 여러 행사를 참여하고 지식을 나눔 받거나(?) 동기부여를 받는다. 이때 행사 참여에 대한 기념으로 개발자 티셔츠를 받는다. 이러한 개발자 티셔츠를 보면 그때의 기억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작은 생각들이 들면서 프로그래밍을 더 재미있게(?)하고는 한다. 하지만 조금 웃긴 부분을 발견했다.
나는 최근에 옷을 사는 것에 대하여 나를 꾸미고 싶지만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생겨 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자 티셔츠는 열심히 모으는 게 참 아이러니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한별 님은 디자이너로써 버려지는 물건을 만들게 되는 상황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나의 생활 속 다른 부분을 볼 수 있는 게 참 좋았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좀 더 지구를 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는 어떤 감수성을 가져야겠다.
아... 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언젠가 버려질 물건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를 구할 수는 없지만 내게는 의미 있는; 이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찾는 게 지구를 도울 수 있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의미 없이 단순히 필요한 것, 편하게 살기 위한 것만 찾는 것은 지구를 도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대부분의 행동은 소비로 이어진다. 먹는 것, 정말 필요한 것, 생활하는 것 등등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들을 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이 없는, 단순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충동적인 등의 행동들은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기 전 의미를 찾고 행동할 수 있어야겠다.
우리는 팔아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는 생상을 하고 판매를 해야 한다.
원터치텐트와 감자탕; 황지은
습관을 만들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행동을 할 때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장벽을 낮춘다는 의미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에서 원터치텐트와 감자탕의 라면은 손쉽게 행할 수 있는 장벽이 낮은 행동들이다. 어쩌면 수많은 소비들은 이러한 장벽이 너무 낮아서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손쉽고 간단한 것들에 대해 기술의 발전과 어떤 뛰어난 사람의 이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손쉽고 간단한 것들을 볼 때 '이렇게 쉬워도 될까?', '이렇게 간단해도 될까?'에 대한 생각을 가져야겠다. 이를 통해 소비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올릴 수 있어야겠다.
라면처럼 혹은 원터치텐트처럼 쉽게 일을 벌이는 수단에 대해 생각한다.
쉽게 먹고 쉽게 쓰는 일에 관해 그런 것들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을 지운다.
식물-인간 앞에서 망설이기; 정동규
'지구를 위해 채식을 한다'는 말이 가지는 다른 잔인함, 한계를 보았던 이야기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혹은 물과 같은 것이든 우리는 소비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이다. 마구잡이로 소비를 하면 모두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다른 존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해서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다른 존재를 소비하는 삶에서 어떤 의지를 가지고 공생하여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와 다른 존재를 죽이지 않는, 식물 생명을 배반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해볼 수 있을까요.
배반하지 않는 삶은 불가능한 삶일까요? 배반하지 않으려면 제가 죽어야 하는 것일까요.
인공육과 같은 과학기술이 그것을 해결해 볼 수 있을까요?
여러 이야기 속에서 얻은 것을 내 삶에 풀어보자
내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미세먼지가 심한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 그레타 툰베리의 책을 읽으면서 작은 실천들(배달시켜먹지 않기, 지속적인 텀블러의 사용, 작은 것까지 분리수거 등등)을 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사건을 겪으면서 더 많이 찾아보고 신경 쓰게 되었다. 작년에 반지하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여름에 비가 계속 오는 장마였는데, 습기로 인해 벽은 물론 여기저기 곰팡이가 생겼다. 옷들, 침구들 등등 곰팡이로 모두 얼룩져있었다. 다음날에 연차를 쓰고 모든 옷과 침구들을 코인빨래방에서 세탁하고 건조해 돌아온 기억이 난다. 장마철이라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었지만 면허도 없어 곰팡이로 얼룩진 것들을 모두 짊어지고 정말 고생하면서 세탁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신발이나 옷 등을 살 때도 친환경, 분해성을 가진 제품을 찾아보았고 채식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행동들을 들이는 것은 어려웠지만 꽤나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의 여러 이야기를 만나면서 더 다양한 방법들과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이러한 방법과 시각을 나는 어떻게 하나하나 실천해볼 수 있을지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손수건 사용하기이다. 페이퍼 타월이라는 부분도 줄일 수 있는 멋진 실천이다. 두 번째는 의미 있는 소비하기 이하. 옷을 사던 어떤 필요한 물품을 살 때에도 정말 필요한 것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물품인지 고민하며 구매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내가 먹는 것에 대하여 작은 시간이라도 생각해보기이다.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내가 이 음식을 소비하고 있는지, 다른 소비를 하면 더 나은 공존을 바라볼 수 있는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고민들이 지속될 때 더 나은 공존을 위한 음식 소비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생각에 대한 정리와 새로운 시각 및 감수성을 전달해준 편집자이자 친구인 동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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