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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 - 김환기 특별전 리뷰

13.d_dk 2023. 6. 2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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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에 가다

 작년에 혼자서 리움미술관을 간 적이 있었다. 삼성이 운영하는 미술관답게 미술관 자체와 내부에 많은 전시들이 너무 재미가 있었다. 그때의 감동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삼성이 운영하는 또 다른 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이 재개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용인 에버랜드의 옆쪽에 삼성인력개발원 옆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리움미술관과 같이 삼성이 운영한다. 이 미술관을 리뉴얼하여 재개장하여 가고 싶었다.

 심지어 이번에 재개장 후 처음으로 전시되는 전시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비싸게 경매로 팔린 작품의 작가인 김환기 작가님의 특별전으로 구성되었다. 환기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김환기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특별전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대가 되었다.

 호암미술관은 그냥 작품이 있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공원과 조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옆에 호수를 볼 수 있었으며 호수 앞 언덕으로 거미처럼 보이는 조각 작품이 웅장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옛 궁전처럼 되어있는 아름다운 입구들과 쉴 수 있는 정자와 작은 물웅덩이가 보인다. 수많은 연꽃잎 속에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장 미셀 오토니엘의 조각 작품도 연꽃과 어우러져 볼 수 있었다. 조경이 되어 있는 많은 나무들도 인상 깊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든 나무들이 모여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호암 미술관 자체도 정말 큰 한국의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궁전 같아서 너무 좋았다.

거미같이 생긴 조형물
호암미술관 가는 길 옆쪽의 호수
호암미술관 사이사이 멋진 한국 건축물
멋들어진 정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들!
4계절의 나무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 같은 풍경
수 많은 연꽃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많았다
호암미술관 입구
호암미술관 2층에서 본 풍경
미술관 1층과 2층 사이의 전시 타이틀 앞에서!

 

김환기 특별전 - 한 점 하늘

 호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김환기 작가님의 특별전은 '한 점 하늘'이라는 제목을 가진다. 김환기 작가님을 대표하는 추상 작품이 한 점, 한 점들이 모여있고 모인 점들이 하늘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많아서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 같았다. 이층부터 관람을 시작하여 일층으로 마무리되는 전시였다. 1층에 김환기 작가님의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있었고, 2층은 김환기 작가님이 살아오며 만든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여러 작품들을 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보고자 한다.

 

 백자와 꽃, 1949

  단순하게 그린 느낌이 들지만, 꽃과 밤의 산이 보이는 배경 그리고 달항아리가 이름 그대로 달을 대신하는 듯한 풍경이 아름다웠다. 실제로 달은 작고 멀리에 있지만 달을 대신하여 그림에 있는 달항아리는 꽃과 함께 커다랗게 마음에 들어오는 듯 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며 설명해 주시는 가족 단위도 많이 보였는데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달과 항아리, 1952

  멀리 있는 큰 달과 달항아리를 밤에 같이 그린 그림이다. 달항아리의 안쪽은 달빛과 방안의 빛으로 인해 어둡게 보였는지 어두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아무리 밝은 그 대상을 따라가더라도 내면의 고통과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인 양 보였다.

 

 꽃가게, 1948

  꽃가게에 진열된 꽃들이 가득한 찬장을 그렸다. 여러 싱그럽고, 예쁜 꽃들이 상상되어 기분 좋은 그림이었다.

 

 산, 1940 후반

  가을에 단풍과 은행으로 물든 산을 그린 것 같았다. 동시에 말은 안 되지만 벼들이 가득 자란 산을 그린 모습의 느낌도 받았다. 아니면 황폐화(?)되었지만 노란색으로 물든 것은 아름다운 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달빛교향곡, 1954

  구름에 가려진 듯한 어두운 달과 달항아리가 보인다. 배경도 어두운 구름이 끼어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두운 느낌 속에 밝은 달항아리는 무거운 분위기의 교향곡 속의 높은 음의 희망 있는 악기의 연주처럼 느껴졌다. 

 

 영원의 노래, 1956

  달과 새벽 같은 푸른색 그리고 노루(?)들이 보이는 그림이다. 새벽에 본 고라니나 노루들을 보며 어떤 영원을 느낀 것일까? 새벽이 가져다주는 몽환적이고 시작의 느낌을 영원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지은 그림 같았다.

 

 야상곡, 1964

  뭔가 추상의 느낌이 나면서도 달이 떠있고 반사된 달이 보이는 듯하기도 하다. 김환기 작가님이 사용하는 새벽 같은 푸른색과 짙은 밤 같은 남색이 잘 어우러지는 작품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 1978

  김환기 작가님의 추상 스타일이 나타나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환기 작가님만이 보여주는 남색과 그 남색들의 수많은 점들이 모여서 보여주는 어떤 느낌. 그림도 매우 크게 되어있어 수많은 점들과 그림의 크기에 압도되는 듯했다. 동시에 점들이 모여서 보여주는 어떤 오묘한 느낌이 좋았다. 제목이 왜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인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3-VII-71 #208, 1971

  약간 다른 색의 푸른색 점들이 원을 두 원을 그리며 조화롭게 펼쳐진 그림이었다. 오묘한 남색의 색상과 점들이 함께 모여서 보여주는 두 개의 원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산울림 19-II-73 #307, 1973

  조금 다른 남색들의 점 그리고 그 점들이 모여서 보여주는 몇몇 원. 그 사이에 있는 흰색의 선. 짙은 밤이지만 무섭기보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주는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린 그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하늘과 땅 24-IX-73 #320, 1973

  반복해서 다른 남색의 점들 그리고 원, 흰색. 이 조화가 어떤 하늘과 땅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린아이가 보면 하늘과 땅을 알지 못할 것 같다. 둥글게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약간 기울어져 펴진 땅을 우리가 알고 있기에 '하늘과 땅'이라는 제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제목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이 그림을 생각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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