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ook

일의 기쁨과 슬픔

13.d_dk 2022. 3. 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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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된 계기

 이전에 김초엽 작가님의 글에 반하여 여러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년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그 작품집 속에서 장류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출근 시간에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연수’라는 소설을 읽고 정말 몰입감 있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문체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달까지 가자’라는 장편 소설을 거쳐 이번에 서평을 작성할 ‘일의 기쁨과 슬픔’을 접하게 되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책 표지. 소설 속 내용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현실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몰입감 있는 또 다른 세계

 누군가가 겪은 일을 이야기로 들을 때, 우리는 어떤 현실감을 느끼고 몰입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고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에 읽은 장류진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소설들임에도 현실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장류진 작가님은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이사이 소설을 적으며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생활에서 듣고 생각하며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사이사이 적은 소설들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몰입하게 되고 현실감이 있다. 작가의 말에서 장류진 작가님은 일을 할 때, 힘듦을 소설을 읽고 쓰며 위로 받았다고 한다. 그러한 위로의 느낌이 여러 각각 소설에 남아져 있어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참 애틋한 느낌이 있고 나도 묘한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여러 현실 같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떤 위로를 받았을까?

 출근 시간에 책을 읽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다른 세계로 빨려가는 느낌이 굉장한 소설집이었다. 진짜 현실 같아서 몰입감이 있지만 슬프기도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여러 감정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몇몇 소설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정리해두고자 한다.

 

잘 살겠습니다

 살다보면 대학 동기던 직장 동료던 나쁘지는 않지만 모자라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뜻하지 않았지만 폐를 끼쳐 미움을 사기도 한다. 그러한 사람들도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고 나도 어떤 무리에 있는가에 따라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그 사람)을 마지막에 잘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나도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따듯한 시각을 가져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일의 기쁨과 슬픔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 나의 노동과 시간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행위이다. 일을 잘하고, 의미를 만들어 성취감을 가져가는 것은 비정할지 모르지만 그저 개인의 생각에 달려있을 뿐이다. 거북이는 직장에서 멋지게 고객과 직장의 상사가 원하는 바를 해내었다. 하지만 상사(회장)가 먼저 알리고 싶었던 (음악가)의 공연 소식을 먼저 알림으로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 이후로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을 찾아서 해내는 모습이 멋지지만 안타까웠다. 소설이니까 이러한 부당한 일을 꿋꿋이 소화해내는 것이라는 생각과 나는 그렇게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누군가는 더 부당한 일을 당하고 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 등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소설이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스스로 여러 부분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이 소설을 마지막이 끝났을 때 뭔가 앞의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소설의 시작부에서 (주인공)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자기 생각에 갇힌 모습은 소설을 읽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했다. 언제나 자기 생각에 갇힐 수 있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뭔가 늘 자기반성적으로 마무리되는 느낌)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9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은 출근에 대한 경험이 있다. 또 저마다 가지고 있는 첫 출근길에 대한 생각과 경험이 다르다. 사회초년생이 드디어 첫 출근을 하면서 사이사이 돈 걱정을 하고, 또 여행을 꿈꾸는 짧은 소설이었다. 나는 추운 겨울 첫 출근을 했고, 첫 출근에 커피 하나 정말 마셔보고 싶었지만 참아보았고, 태연의 서커스를 들으며 '잘해보자 할 수 있다' 다짐하며 회사로 걸어갔다. 짧지만 나의 첫 출근 그리고 누군가의 첫 출근이 생각나며 뭔가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탐페레 공항

 그때는 힘들었지만, 짜증나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 큰 울림으로 오는 경험이 가끔 있는 것 같다. 탐페레 공항은 추웠던 배경이 시작이었다. 좌절과 현실에 부딪혀가며 온기를 조금씩 잃어 간다. 작은 기억들에서 노인과의 경험이 떠오르면 빠르고 따스하게 마음을 지펴준다. 마침 회사에서 힘들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나도 이러한 경험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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