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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 후기

13.d_dk 2022. 7. 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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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미술관(Amorepacific Museum of Art; APMA)에서 진행되는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사진전

 사내 문화-체험 활동 지원서를 작성할 때였다. 여러 미술전을 찾아보다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을 알게되었다. 이후 여기서 진행되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전을 알게되었다. 그때는 '오늘도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아모레퍼시픽 본사이자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 그림 전시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사진전도 괜찮을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중 소모임에 이 사진전에 참가할 사람을 모으는 것을 보고 바로 신청하여 관람하게 되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신용산역에 붙어있었다.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전이 바뀌는데 현재 7월 중순에는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22년 3월 31일부터 8월 14일까지 전시된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독일 태생의 현대 사진의 거장이라고 한다. 초기의 작품은 사진작가로서 담담한 시선으로 사진을 남겼다. 이후 원거리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조합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현대 문명에 대한 발전, 비판, 그 속의 개인, 사람을 사진 작품으로 남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미술전은 온라인 예매 또는 현장 예매가 가능하지만 온라인 예매가 더 안전한 방법인 것 같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은 4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몇몇 가보지 않은 사진전 중 가장 관람하기 좋게 큐레이팅이 되어 있다. 큰 사진, 넓은 공간과 사진 배치가 관람에 도움을 주었다. APMA 앱을 통해 오디오 도슨트와 함께 들으면 더 좋다. 전시 관람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처음 작품을 보고 조금 생각하고 오디오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입구. 정면으로 들어가 왼쪽에 미술관이 있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 티켓. 마음에 들었던 작품 중 하나가 표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 포토존(?). 입장하는 입구에 심플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작품들

 여러 작품들 중 예쁘고 인상깊었던 것들이 있었다. 또 의미와 설명이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다. 몇몇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남겨보려고 한다.

 

<클라우젠파스>, 1984

 클라우젠파스는 스위스 알프스의 높은 산길이라고 한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이 사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작품에 중요한 방법이 되는 원거리 시점의 이용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처음에 있는 작품이지만 나중에 다시 와서 한번 더 보았던 작품이다. 안드레아스 거스키가 영감을 얻은 중요한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우연이 만들어 준 영감이 참 인상 깊었다. 나도 이런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다양한 것을 시도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우젠파스. 작은 사람들과 드넓은 환경 속에서 발견된 영감이 재미있다.

 

<파리, 몽파르나스>, 1993

 당시 파리의 최대 규모 아파트를 여러 시점에서 촬영하고 조합하여 만들 작품이다. 소실점이 없게 편집되어 모든 창문의 크기가 일정하다고 한다. 최대 규모 아파트라는 느낌을 창문과 창문 속 사람들, 물건들로부터 알 수 있다. 동시에 작은 창문들 속 수많은 사람들과 물건들이 있다. 작품 설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시적이며 거시적인 이미지라는 부분이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요소의 공존이 재미있었다.

파리, 몽파르나스의 일부. 사진이 꽤 많이 가로로 컸다.

 

<바레인 1>, 2005

 헬리콥터에서 높은 위치에서 넓은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조합했다. 2005년 F1 경기장을 촬영했다. 트랙이 그림같이 펼쳐져있다는 생각과 검은 강들이 넘실되는 느낌을 받았었다. 사진의 설명으로는 사막 위 아스팔트 도로, 그 위를 달릴 차량들의 연료, 사막국가의 부유함이 모두 석유에서 비롯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을 보고 받는 느낌(사막의 검은 강) 그리고 그 위에 떠올릴 수 있지만 떠올리지 못한 작은 생각(석유)이 재미있었다.

바레인 1. 검은 강이 그림같이 펼쳐져있었다.

 

<유타>, 2007

 유타 지역을 여행하던 중 휴대전화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달려가는 어딘가에 촬영된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큰 사진 속 저 멀리 선명한 부분과 가까이에 흐릿한 부분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선명함과 흐릿함에서 스냅숏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휴대전화의 사진이 촬영의 주요 수단이 된 현대적 삶과 사진이라는 매체를 연결하여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같이 있을 수 없는 두 요소(선명함, 흐릿함, 멀고, 가까움)를 합치며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 의미를 잡아놓은 방식이 재미있었다.

유타.

 

<아마존>, 2016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의 폐해를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한다. 아마존 물류창고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조합하였다. 의도적으로 사람이 없이 수 많은 물품들만 드러서 있다. 아마존이라는 지구의 정글, 자본과 소비의 정글인 아마존 물류센터. 그리고 사람의 노동을 가리키는 3가지 문구들. 새로운 물품들, 필요한 물품이 가득한데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사진이 신기했다.

아마존 사진 일부.
아마존 사진 일부. 기둥에 두 가지 문구가 보인다.
아마존 사진 일부. 기둥에 문구 하나가 보인다.

 

<무제 XIX>, 2015

 멀리서 보았을 때, 추상미술 그림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진전인데 왜 추상 미술 그림이 있는지 몰랐다. 사실은 저 멀리서 촬영하고 수직을 맞추어 조합된 사진이었다. 이는 수많은 듈립이 있는 들판을 촬영하고 조합한 것이었다. 멀리서 보면 추상적인 느낌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가진 튤립들이 있다. 멀리서 보는 느낌, 가까이서 보는 느낌, 멀리서 보이는 것, 가까이서 보이는 것에 따라 다른 생각과 느낌이 재미있었다.

무제 XIX. 멀리서 보자.
무제 XIX. 가까이서 보자. 사진을 사진 찍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무제 XIX. 가까이서 보자. 수많은 튤립들.

 

<카타르>, 2012

 카타르의 정기 수송선에 있는 가스 탱크를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탱크 세척을 위해 비워진 모습을 찍었는데 수많은 황금으로 보였다. 자세히 보면 아래에 어떤 반투명 텐트와 사람이 보인다. 사람은 엎드려서 어떤 노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본과 인류 기술의 발전, 그 속에서 초라해진 사람과 사람의 노동이라는 작품의 의미가 많이 와닿았다.

카타르.
카타르의 일부. 저 밑을 확대한 사진이다.

 

<크루즈>, 2020

 여객선 '노르웨이 블리스'를 여러 단계에 걸쳐서 촬영하여 디지털 배를 만들고 '노르웨이 랩소디'라고 명명했다. 사진을 조합하여 만든 가상의 배인데 진짜 존재하는 배가 정비되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합성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딱 하나 보이는 사람 때문에 더 진짜 같아 보였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사진을 표현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크루스의 일부. 유리에 비치는 물과 옆의 배가 더 진짜 사진같은 느낌을 준다.
크루즈의 일부. 사람이 한 몇 가운데에 보인다.

 

<회상>, 2015

 '바넷 뉴먼'의 작품 중 하나인 <인간, 영웅적이고 숭고한>이라는 회화 그림에 독일의 총리를 지낸 사람들을 배치했다. 회화의 검은색 띠 부분이 있는데 이를 사진에 잘 맞추어 사진과 회화 그림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사진이지만 그림같은 하지만 그림의 일부인 사진이라는 역설적인 두 부분을 조합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회상.

 

<정치학 2>, 2020

 시계와 회초리 같은 물품 그리고 13명의 독일의 하원 의원들. 그림과 사진의 경계선의 사진었다. '에드 루샤'라는 화가의 1989년 <11시 5분>이라는 회화 작품, 그림 <최후의 만찬>이 생각나는 배치, 그리고 하원 의원들의 회의 사진. 정치와 시간, 그림과 사진의 경계가 표현된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다.

정치학 2.

 

Reference

 

APMA

 

apma.amorepacif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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