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eview

[송은] 김영은 개인전 - 소리의 틀 후기

13.d_dk 2022. 7. 25. 16:19
728x90
반응형

송은아트센터, 송은미술대상, 김영은, 소리의 틀

 송은아트센터는 이전에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이전에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송은문화재단에서 유명한 건축 사무소인 '헤르조그 앤 드 뫼론'에 의뢰하여 건축했다. 송은아트센터 작가들과 시민들이 예술로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가지는 전시관, 갤러리이다.

송은아트센터의 정경 일부, 12미터 통창 부분과 소나무 질감을 연상시키는 부분을 건축가가 의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송은미술대상 연마다 국내 미술작가를 심사하는 송은문화재단의 미술상이다. 2017년 김영은 작가가 선정되었고, 이렇게 선정된 작가는 송은문화재단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게 지원한다. '김영은 개인전 - 소리의 틀'은 이렇게 운영되어 일반 시민(?)인 내가 관람할 수 있었다. 네이버 예약에서 무료로 예약했으며 22년 7월 8일부터 8월 13일까지 운영된다. 몇몇 시간에는 도슨트가 설명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어 이를 참고하여 예약하면 좋다. 나는 7월 23일 오전 11시에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관람을 진행하였다.

송은 입구의 김영은 개인전 소리의 틀 설명 화면.

 김영은 작가 내가 최근에 많이 보았던 회회, 사진, 조각, 체험 미술품 등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미술품을 전시하였다. 소리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감각해보는 전시라서 정말 새로웠다. 이전에도 미디어 아트에서 소리가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았지만 세세하게 뜯어보고 집중하지는 않았다. 소리는 어디까지나 보조였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소리의 틀' 전시에서는 소리가 주인공이었다. 다만 '소리'라는 매개로 전시는 처음이다 보니 도슨트의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관람했다면 조금 혼란스러웠을 것 같았다.

소리의 틀 소개.

 

김영은 작가의 여러 작품을 만드는 영상

 처음에 송은아트센터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항상 전시전과 관련된 영상을 의자에 앉아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이번 '소리의 틀' 전시의 경우 김영은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만드는 과정이 영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각 자리에 헤드셋이 있는데 이 헤드셋과 함께 영상을 보아야 한다. 소리가 주인공이다 보니 헤드셋으로 소리에 집중해야한다. 영상 속에서 작품이 만들어질 때 어떻게 소리를 만들어나가는지 볼 수 있었다.

헤드셋에 연결된 소리 전달(?) 단말기. 이것을 켜고 헤드셋을 끼면 영상과 싱크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밝은소리 A

 헤드셋이 따로 필요 없게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 미디어 작품이다. 영상과 함께 소리에 집중해서 관람하면 되었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에 가장 처음 피아노를 들여왔던 이야기를 재현한 영상이다. 피아노를 나무 박스에 넣어서 과거의 비포장도로에서 질질 끌어가며 옮겼다. 당연히 피아노는 도착지에서 확인해보니 다 부서져 있었고, 그 자리에서 조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피아노가 잘 조립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야 기준 소리 A(라음)를 내어 확인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가장 처음에 소리를 내는 외국 악기 중 하나인 피아노가 어떻게 들여와지고 소리를 확인하는지에 대한 기록이 신선했다.

바닷가에서 나무 박스 속 피아노를 옮기는 장면.
숲 속에서 나무 박스 속 피아노를 옮기는 장면.
도로에서 나무 박스 속 피아노를 옮기는 장면.

 

청음훈련

 청음훈련은 소리를 듣고 음높이를 맞추는 훈련이다. 이는 나중에 변질되어 일본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잠수함, 총소리, 대포 소리 등등을 구분하는 군사 훈련의 일부로 사용된다. 이 작품은 실제 일본이 전쟁 중 군인을 훈련했던 소리들과 이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인터뷰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군인이 훈련받은 청음을 직접 헤드셋으로 하나하나 들어볼 수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소리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훈련받은 사람의 인터뷰 이야기로 몰입하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앉을 수 있게 되어있고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앞 화면을 같이 보면 되었다.
청음 훈련 인터뷰 내용의 일부. 몇몇 소리가 재생될 때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주파수가 어떻게 되는지가 화면에 표기되기도 하였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회화와 사진은 물체로서 남고 눈에 직관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품들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이 말하던 사용하던 수 많은 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녹음기에 해당하는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자료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저 기록으로 흉내 낼 뿐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조선인들에게 아리랑을 노래하게 하여 기록을 남긴 것을 사용한다. 왁스 실린더 방식으로 녹음을 해놓은 소리에 노이즈를 제거하여 소리를 찾아보았지만 모든 소리가 노이즈로 되어 제거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원본 및 노이즈를 제거한 소리 모두 정확하게 아리랑이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뒷부분에 아주 조금 '아라리요'하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아리랑을 알고 있어서 끼워 맞추어 들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잘 들은 것일까? 의심이 되었다. 과거의 소리가 기록으로 어떻게 남았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간, 접근한 방법이 정말 신선했다.

헤드셋으로 소리를 들으면 된다. 왁스 실린더로 녹음된 옛사람들의 아리랑 노래 원본 그리고 노이즈를 차차 제거해가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왁스 실린더를 통해 녹음한 조선인의 아리랑을 디지털화 한 소리 파형.
왁스 실린더와 그 실린더에 해당하는 노래의 리스트. 축음기로 재생하면 노래 소리가 얼마나 잘 들릴지 궁금했다.
전시되어 있는 실제 축음기. 왁스 실린더에 작가가 아리랑을 노래하고 녹음한 것을 도슨트 투어 한정 들어볼 수 있다. 도슨트가 장갑을 착용하고 재생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들어보고 싶다!)

 

오선보 이야기

우리나라의 악기는 5가지 기본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서양의 악보는 7개의 음을 기본으로 한다. 50분 정도 되는 우리나라 악보와 서양의 악보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악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제작하였고 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정말 좋은 공간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악기는 스승으로부터 연주 방법 등을 계승해왔다. 그리고 누가 노래를 처음 만들었는지가 불분명하다. 반면, 외국의 경우 악보로 기록되어 있고 누가 작곡하였는지가 남아있다. 이러한 차이와 악기 자체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차이도 있다. 가야금의 어떤 튕기는 음은 외국의 악보 기본음 7개로 표현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설명한다. 하지만 악보로만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 악기 노래들이 있어 이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도 영상에서 설명하고 의문을 가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로 다른 음과 서양과 동양의 노래를 기록하고 계승하는 방식 등에 대해 한 번도 왜 다르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다른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 찾아가는 부분이 신선했다. 정말 새로웠다.

서양 악보로 되어 있는 전통 노래를 가야금으로 역으로 다시 찾아가는 장면. 우리나라 악기도 참 멋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