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eview

[롯데뮤지엄]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 후기

13.d_dk 2023. 1. 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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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예술 세계 전시

 특유의 디자인을 가진 명품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가 있다. 이 디자이너의 이름은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이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를 넘어서 예술가가 되었다. 이 예술가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사유를 바탕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기획 전시를 하였다. 이 전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마틴 마르지엘라>이다. 롯데뮤지엄에서 2022.12.24부터 2023.03.26까지 진행된다.

 메종 마르지엘라라는 인기 있는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의 예술 작품 전시여서 그런지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았다. 디자이너로서의 작품들과 예술가로서의 작품은 많이 다른 느낌이었고 많은 생각들이 녹아져 있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전시는 오디오 해설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데, 그냥 작품을 내 생각대로 관람하고 나중에 작품을 생각하면서 오디오 가이드(네이버 VIBE로 지원해 주더라)를 들었다.디오 가이드의 해설에서 마틴 마르지엘라의 정말 많은 생각들이 녹여져 있는 작품들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감탄했다. 작품에 담겨 있는 많은 해설을 오디오로 들으면 조금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 포스터.
작품들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엽서들과 티켓.
대표작품인 데오도란트가 있는 리플렛. 리플렛은 명품 박스와 같은 느낌이라서 재미있었다.

 

여러 작품들, 내 생각들 그리고 해설들을 조합한 생각 정리

 인체에 대한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인체와 사람에 대한 작품들을 보고 느낀 내 생각과 해설들 그리고 종합적인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데오도란트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데오도란트이다. 데오도란트라는 물체에 전시와 관련된 정보를 넣어두었다. 이게 어떤 작품인지 정말 와닿지 않았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데오도란트는 본연의 사람 체취를 감추고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체표면을 만드는 물건이라고 한다.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위생이라는 부분에서 몸을 강박하는 산업화에 대한 시선, 그리고 몸이라는 형태의 변화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나타낸다고 한다. 변하는 몸을 통제하려는 우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화라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고, 이를 나타내듯이 수많은 이 데오도란트 작품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시관 입구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데오도란트(들)

헤어 포트레이츠

 사람의 얼굴이 그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수많은 잡지들을 볼 수 있다. 기괴한 이 초상화들이 잔뜩 있는 잡지들이 배치되어 있다. 해설에서는 이러한 초상화들은 머리카락으로 정체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정체를 감추었지만 잡지 속 메인 인물이므로 어떤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어떤 유명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표현했을지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잡지라는 매체를 경험한 우리의 상상일 뿐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가려진 이 사람들은 중 유명한 사람이 있을 수도 일반인일 수도 있다. 마르지엘라가 '존재'라는 것을 탐구하고 표현한 작품이다.

헤어 포트레이츠

팬텀 시리즈

 작품들 사이사이에 무언가를 표현한 색칠된 벽면 및 부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원래 어떤 것이 있던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은 없고 작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만이 남아있다. 마르지엘라는 부재는 존재의 해체라고 표현한다. 관람객이 이러한 부재를 통해 존재를 상상해보면서 부재는 더 이상 부재가 아닌 것으로 변모하게 된다. 부재와 존재를 서로 상반되지만 서로 연관 있음을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바니타스

 실체 사람의 자연모를 인공피부로 감싼 다섯 개의 실리콘 구체에 감싼 작품이다. 다섯 개의 다섯 개의 머리는 실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의 머리카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섯 개의 머리가 모여 사람의 나이 듦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썩은 과일과 인간의 두개골로 나타내는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 머리로 치환하여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만 존재하면 그냥 자연모가 심어진 실리콘 구체이지만, 어린아이와 노인의 자연모가 각각 심어진 실리콘 구체가 모였을 때, 시간의 흐름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바니타스

버스 스탑

 버스 정류장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와 같은 부분이고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니까 하나의 생명체로 털을 입힌 것이 아닐지 생각했다. 하지만 해설은 비슷한 듯 달랐다. 버스 정류장은 각 도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이면서, 짧은 만남의 장소, 약속의 장소, 휴식의 장소 중 현대 사회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소와 같은 동물도 자산이었다가, 농사의 도구였다가, 식량이 되기도 한다. 버스 정류장에 인조털을 입혀 동물과 같이 표현했다고 한다. 동시에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가,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역할이 달라지는 사물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버스 정류장이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 스탑

모뉴먼트

 드넓게 펼쳐진 소파들, 일상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어떤 소리, 가짜이지만 진짜 같이 표현된 외부가 보이는 창문. 자연스레 소파에 앉아서 창문을 보면서 소리를 들었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으며 편해진 마음과 일상에서의 소리 그리고 넓고 밝은 창문을 보니 편안해졌다. 동시에 창문 밖이 어디인지, 또 들리는 소리는 무엇인지 머릿속에서 상상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소파에서 느끼는 편안함, 일상의 소리에서 느끼는 생각, 밖을 보며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를 것인데 이를 서로 이야기 나누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지만 작품 자체의 의미보다는 경험이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키트

 인체의 일부인 것 같은 어떤 부분이 조립 장난감 키트에 붙어있는 작품이다. 나중에 기술이 발달하면 필요한 인체의 부분을 키트와 같이 사서 조립하여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마르지엘라는 토르소 시리즈를 만들며 잘못 만들어진 부분을 폐기하려다가 이 키트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부를 전시에 노출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키트
토르소 시리즈

립싱크

 대화는 소리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입술을 본다던지 표정을 본다던지의 행위도 함께 이루어진다. 작품 립싱크는 의사소통 방법의 교육 비디오 이미지 스틸을 활용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이는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대화를 해석하기 위해 사용된다. 여러 요소가 있는 대화를 시각만 집중하여 축소시켰다. 전시된 여러 입술을 통해 관람자의 여러 상상을 유도한다고 한다. 또 이를 통해 내면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것들로 이루어지는지 상기시켜준다고 한다. 작품 해설을 보고 나는 어떤 소통을 할 때 어떻게 더 열심히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립싱크

바디 파트 컬러

 진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된 줄 알았던 작품이었다. 마르지엘라는 프레젠테이션 기계가 영사하는 스크린에 그림을 두었다. 동시에 어떤 사진 작품을 두고 그 내부에 이 스크린을 합성하였다. 합성된 사진이지만 실체가 눈앞에 전시되어 있어 진짜가 되는 혼란스러움. 그리고 빛으로 프레젠테이션 되는 스크린에 그림을 두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함께 있음을 보여준다. 해설을 보고 조작된 사진, 스크린에 회화를 둔 것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 진짜와 가짜, 다른 표현 매개체를 혼합한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트 테스트/위그 마스크

 마지막에 있는 작품이었다. 영상에서 어떤 유명인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 사람이 나타나려는 순간 처음에 보았던 데오도란트의 광고가 나온다. 마치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다가 광고가 나오는 것처럼. 이후 이 사람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지만 처음에 보았던 헤어 포트레이츠의 인물 중 하나와 같이 얼굴이 머리카락으로 뒤덮여 누군지 알 수 없다. 동시에 기괴한 느낌을 준다. 이 유명인사로 보이는 배우는 관람자를 비웃들 무섭게 웃고 작품이 끝이 난다. 공포(?) 여운이 있을 때, 밖으로 나가는 부분으로 가면 이 라이트 테스트에서 유명 인사로 보이는 사람이 착용한 헤어 포트레이츠의 마스크(위그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를 보면서 기괴함과 공포를 느끼며 한 번 더 놀랐다. 우리의 상상이 가미된 사람과 이 상상으로 조롱하는 위그 마스크 그리고 조작되었음을 암시하는 데오도란트 광고까지. 이 마지막 라이트 테스트와 위그 마스크는 정말 마지막 작품으로 모든 것을 조합하여 보여주는 느낌을 주었다.

 많은 작품들이 정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어려운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체와 변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하며 혼자 생각해본 후, 해설 오디오를 들으면 뒷통수를 맞는 느낌과 묘한 영감을 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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